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D램에 ‘HKMG’ 공정을 도입한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가 정한 초저전압 범위인 1.01~1.12V에서 작동하면서 이전 세대 대비 소비전력을 25% 줄이는 데도 성공해 업계 최고의 전력사용 효율성을 확보했다.
모바일용 D램으로 불리는 LPDDR의 경우 규격명에 LP(Low Power)라는 표현이 사용된 만큼 낮은 전력 소비가 최대 관건이다. 모바일의 경우 전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제품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전력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빨라진 동작 속도만큼 낮아진 소비전력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개발에 성공한 LPDDR5X는 모바일용 D램 중에서는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해 속도 향상은 물론 소비전력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LPDDR5X를 통해 D램의 소비전력이 더욱 낮아지면서 해당 제품이 적용된 모바일 디바이스는 한번 충전으로 더욱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제품의 소비전력 감소는 결국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SK하이닉스가 추구하고 있는 ESG 중심 경영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번 LPDDR5X는 이전 세대 대비 33% 빠른 8.5Gbps의 동작 속도를 자랑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LPDDR에 HKMG 공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로 또다시 놀라운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처럼 최고의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걸까?
뉴스룸은 LPDDR5X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재혁 TL (Mobile & Auto기획), 남기봉 TL (Function Device), 조성권 PL (CP LPD5 PE), 김현승 TL (설계품질혁신), 이욱재 PL (MCP/MO Enablement)을 직접 만나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들의 도전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모바일용 D램으로 불리는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 등 무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D램이다. 일반적인 D램과 비교해 크기도 작고 전력도 더 적게 필요하다는 특징 덕분에 무선 전자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사용시간을 늘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LPDDR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게다가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더욱 적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LPDD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LPDDR 개발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지난해 업계 최대 용량인 18GB LPDDR5를 양산했으며, 올해는 업계 최고 속도(4,266MHZ/8.5Gbps)의 LPDDR5X를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매번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SK하이닉스의 주역들을 모두 함께 만나보자.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다는 농담까지 있는 반도체 기술, 그만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선 기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판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LPDDR5X 개발의 기획 단계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한 이재혁 TL은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새로운 제품의 상품기획은 수년 전부터 진행되는데요. LPDDR5X를 기획할 당시 8.5Gbps의 스펙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내부 여러 부서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고, 결국 업계 최고 속도 · 최저 전력을 자랑하는 LPDDR5X의 개발을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LPDDR5X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당연히 고난의 시간도 많았다. 실제로 LPDDR5X의 제품 설계를 담당한 김현승 TL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필요 전력을 더 줄일 수 있을까?’ 매일 고민과 회의의 연속이었죠”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김현승 TL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LPDDR5X 개발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LPDDR5X의 개발 과정은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됐는데요. 일반적으로 LPDDR과 같은 파생 제품의 경우 기존의 회로를 크게 수정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좀 자유롭게 회로 수정도 해보고 새로운 기술들도 도입하면서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도전 정신이 개발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LPDDR5X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히 더 빨라진 동작 속도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 LPDDR이 주로 사용되는 곳은 스마트폰 시장인데,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일정 주기마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이는 시장의 시기에 맞춰서 LPDDR5X 개발을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PE(Product Engineering)를 담당했던 조성권 PL 역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의 신제품 개발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시장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기에 더욱 부담스러웠다고. “제한된 시간 내에 LPDDR5X를 개발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양산성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제가 진행했던 어떤 제품보다 뛰어나 더 큰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조성권 PL은 많은 어려움 끝에 개발에 성공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테스트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난관과 고민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반도체 생산의 수많은 공정 흐름을 설계하는 PI(Process Integration) 담당 남기봉 TL은 “이번에 LPDDR5X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여러 유관 부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 함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대안을 찾았죠. 함께한 동료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준 덕에 성공적인 개발이 가능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