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대통령선거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끝났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트위터에서 정치 개입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대선 불복 발언까지 1년 내내 '대선 후유증'에 사로잡혀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 등을 놓고 여야는 끊임없이 대립했다.
야당은 장외로 나갔고, 여당은 원칙으로 맞서면서 타협 없는 공방이 1년 내내 이어졌다. 정치 실종은 또다른 유행어였다. 정치권에는 어김없이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간 반목 속에 공전하던 국회는 최근 정상 가동돼 고작 34건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그쳤다. 민생 법안과 세법개정안 등 각종 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새해 예산안도 법정 처리기한(12월2일)을 훌쩍 넘긴 상태다.
특히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경제민주화 공약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마저 잇따라 후퇴하면서 국정 운영과 관련,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 투표를 며칠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검찰과 경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기소한 상태다.
이후 여야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원세훈, 김용판 등 핵심 증인들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대립하면서 결국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나갔다. 장외투쟁의 시작이었다.
민주당은 종교·시민사회단체들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각계 연석회의를 출범하면서 세력을 결집해 나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울며 겨자먹기'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하며 국회로 돌아왔다.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과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논의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 여당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으면서 언제까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국감에서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은 확산됐다. 부처별 현안은 정치 이슈에 매몰됐다.
결국 정기국회 99일간 대치를 벌이다 마지막 날 벼락치기로 부동산 관련법 등 34건의 법안을 겨우 처리했다. 그나마 새해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을 넘어 뒤늦게 심의에 돌입하는 파행을 불러왔다.

정부와 여당은 즉각 이들 비판하며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하는 등 거세게 반발, 정국은 다시 대결모드로 돌아섰다.
◇NLL 포기·이석기 구속 '정쟁 또 정쟁'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은 큰 파장을 야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사실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대화록 확인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초가 폐기된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헌정 사상 최초로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은 정치권에 '종북'논란을 크게 야기한 중대 이슈로 그 파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대립각을 세우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결국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서 화해하는 듯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정부가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을 축소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며 여야간 긴장상황이 재연됐다.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복지와 경제민주화 후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대상 축소는 물론 4대 중증질환 비급여 100% 국가 보장 공약 역시 소요 재원을 부실하게 추산한 탓에 한 발 물러섰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라던 박 대통령의 말도 퇴색됐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한 공정거래법은 지난 6월 국회를 통과됐지만 정부는 잉크도 마루지 않은 법안의 손질을 시사했다. 더욱이 대기업의 신규 순환 출자 금지 법안과 보험·증권 등 2금융권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이에대해 이혜훈 최고위원 등 당내인사들의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1년은 원칙만을 고수하는 박 대통령과 여당, 정치공세에 치중하는 야당이 팽팽히 맞서온 시기였다.
국민보다는 정치싸움에 매몰된 정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는 이제라도 대결구도에서 속히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