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학생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호응이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공식 회의석상이나 브리핑에서 '안녕들하십니까'를 인용하며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데 이어 국회의원끼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채팅방에서도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새삼스럽게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녕들하십니까'의 물음에 대해 "특정 계층만 안녕한 사회가 아니라 국민 모두 안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 철도파업,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의 권력의 폭력, 갑의 횡포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분노의 외침이다. 대자보의 확산은 박근혜정권의 불통에 대한 경고"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대학생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한다. 불통을 고집하면 현 집권세력 모두 안녕치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직위해제 당한 철도파업 참가자, 법외노조화 당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을 언급하며 "국민들께서는 안녕하지 못하고 대통령 심기를 걱정하는 측근들에 의해 오직 대통령만이 안녕한 것이 아닌가"라며 "대통령님 부디 오만과 독선 불통을 버리고 국민들이 안녕하게 하여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종북몰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경제민주화 포기, 낙하산 인사, 주택정책 및 외교정책 실패, 역사왜곡 등을 지적하며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는 1년"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은 '안녕들하십니까'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상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안녕'이란 인사말은 예전 정치적 격변이나 외적의 침입, 곤궁기 등으로 비롯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백성들이 매일 아침 서로의 안위를 묻는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며 "이제 그 안녕이란 단어에 잠들었던 의미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철도-의료 민영화 시도, 밀양 송전탑 사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현안들 속에 우리는 이미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라며 "모두에게 '안녕'을 묻는 젊은이들에 대해 누구도 '안녕하다'는 대답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안녕들하십니까'는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씨앗이 이렇게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라며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연대하려는 오늘의 대자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