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어도 남쪽까지 확대하기로 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발표를 연기했다.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관련 주변나라들과 추가로 조율을 벌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당초 오늘 예정된 방공식별구역 발표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추후 발표 여부가 결정되면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던 당정협의도 연기됐고 4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의원과 관계장관 회의도 미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변인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여당 쪽에서 정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 준비하는 것에 대해 신뢰를 갖고 일단 추진하라고 하는 차원에서 아마 취소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방공식별구역 연기에 대한 정부의 의중은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일본과 중국 방문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해 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강창희 국회의장이 4~7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해 방공식별구역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강 의장은 중국 방문에 앞서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외교부로부터 방공식별구역 문제와 관련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6일 박근혜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 정부의 뜻을 설명하고 미국의 입장을 수렴한 뒤 발표 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우리 정부의 방공식별구역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을 설명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관련 나라들이 우리의 안에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 보도에 대해 "중국은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한국 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도 "그 과정이 국제법과 관례에 적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부가 매만지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안은 제주도 남단의 KADIZ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따르게 되면 지난 44년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던 이어도는 물론 마라도와 거제도 남방 홍도 인근 상공까지 우리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정부가 비행정보구역을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돼 있고 국가간 중첩 구역이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기준을 따른다 해도 한중일 세 나라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대략 이어도 남방 235㎞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세 나라 사이에 또 다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