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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음주운전 단속현장, 술 덜 깬 시민들 면허취소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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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음주운전 단속현장, 술 덜 깬 시민들 면허취소에 '울상'
  • 엄정애 기자
  • 승인 2013.11.2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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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많은 연말을 앞두고 경찰이 대대적인 음주단속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아침 시간대 음주단속에도 술이 덜 깬 시민들이 줄줄이 적발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적발된 시민들은 대부분 "어제 저녁에 술을 먹었을 뿐 이젠 멀쩡하다"고 항변과 하소연을 늘어놓았지만 음주 측정기에 혈중알콜농도가 높게 나타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22일 오전 5시부터 7시께까지 서울 관악경찰서 교통조사계 소속 경찰관들은 관악구 신우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아침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0도까지 내려간 추위 속에서 경찰들은 방한 장구류로 '중무장'한 채 단속을 시작했다. 음주 측정기에 불어넣는 운전자들의 숨은 하얀 김이 되어 뿜어져나왔다.

이날 단속한 2시간 동안 적발된 건수는 모두 8건. 연말이라 평소보다 2~3배 많은 사람들이 적발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어제 술을 마시고 출근하던 길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8명 중 5명은 혈중알콜농도 0.05% 미만으로 훈방 조치됐다.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사람들도 있었다. 이모(61)씨는 혈중알콜농도 0.102%가 나와 면허가 취소됐다. 이씨는 어제 저녁 8시께 막걸리 2병을 빈속에 마셨다고 주장했다.

송모(47)씨도 어제 저녁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소주 4잔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혈중알콜농도 0.068%가 나와 면허가 정지됐다.

"자정까지 소주 3잔을 마셨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임모(33)씨는 약 1m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술 냄새를 풍겼다. 임씨는 경찰이 내민 음주측정기에 숨을 제대로 불지 않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3차례 시도한 끝에 나온 혈중알콜농도는 0.91%. 면허 정지 수치였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은 "저 정도 수치가 나오려면 새벽 늦게까지 소주 2~3병을 먹어야 한다"고 귀뜸했다. 

면허정지를 피한 운전자들은 안도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지만, 새벽 음주단속에 놀라는 눈치였다.

인천에서 출근한다는 김모(46)씨는 어제 오후 11시까지 소주 2병을 마셨다고 했다. 김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46%로 아슬아슬하게 면허 100일 정지를 피했다. 김씨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아침에 음주단속하는 현장은 처음 봤다"며 "밤 늦게 술을 마시면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말했다.

오전 6시27분께 적발된 안모(31)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된 상태였다. 안씨는 "취기가 없어서 운전대를 잡았다"며 "어제 저녁 6~10시 사이에 소주 2병을 마셨다"고 말했다. 안씨도 혈중알콜농도 0.043%로 간신히 운전면허 정지를 피해갔다.

서울 관악경찰서 교통안전계 임동만(53) 팀장은 "연말에는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가 많이 난다"며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고 불시에 음주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아침에 적발된 사람 중에는 '어제 마신 건데 왜 단속을 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며 "밤 늦게나 새벽까지 과음할 경우 아침까지 술이 깨지 않을 수 있으니 가급적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연말연시 음주운전에 대비하기 위해 다음해 1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음주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음주단속은 이번 주말부터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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