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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史 첫 판사 탄핵 ‘각하’…“임성근 파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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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史 첫 판사 탄핵 ‘각하’…“임성근 파면 안돼”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10.2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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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직서 물러나 민주적 정당성 없어”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위기에서 벗어났다. 탄핵심판은 공직 박탈에 그 이익이 있는데, 임 전 부장판사는 이미 퇴직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대 3(인용)대 1(절차종료)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다수의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법관이므로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고위공직자를 파면함으로써 그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해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목적과 이익이 있다고 정의했다. 그런데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월1일부터 법관에서 물러났으므로 박탈할 공직이나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탄핵심판을 규정한 헌법 65조 1항, 헌법재판소법 48조, 국회법 134조 2항 등은 심판의 대상을 전직이 아닌 ‘현직’으로 규정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했더라도, 그의 임기 중 행위가 위헌·위법이라는 점을 헌재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근거로 든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례였다. 당시에도 헌재는 두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선고했을 뿐, 이들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또 임 전 부장판사가 향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파면해야 한다는 견해도 수용되지 않았다. 헌재법 54조 2항으로 파면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는데, 헌재는 이미 퇴직해 공직에 없는 사람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측은 헌재법 53조 2항을 이미 퇴직한 공직자의 탄핵심판도 이익이 있다고 해석했지만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 조항은 ‘헌재의 결정 전 심판 대상자가 파면됐을 때는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회 측은 ‘기각’이라는 단어에 주목, 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각하’와는 다르다며 퇴직한 임 전 부장판사도 심판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파면과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은 다르므로 해당 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보태면서도,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를 막기 위해선 이미 퇴직했더라도 본안 판단을 해 위헌 여부를 확인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퇴임한 지난 3월1일부로 이번 탄핵심판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혐의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중대한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했다. 이미 퇴직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줘선 안 되며, 재판 독립 침해를 경고하는 차원에서 파면을 선고해야 한다는 인용 의견이 제시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에 개입한 혐의 ▲도박 혐의로 약식기소된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 사건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탄핵소추됐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4일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국회가 법관을 탄핵소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건을 배당한 헌재는 지난 3월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열고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 등을 정리했다. 이후 국회와 임 전 부장판사 양측은 지난 6월부터 3차례에 걸친 변론기일 과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월1일부로 법관에서 퇴임했다. 이를 두고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미 공직에서 물러난 신분이기 때문에 파면을 결정할 수 없어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임기가 끝난 시점부터 파면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식의 변형 결정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했는지를 두고도 양측의 의견은 나뉘었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가토 사건 등을 맡은 법관에게 재판의 절차나 내용을 바꾸도록 지시했으므로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선배 법관으로서 조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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