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의해 합병비율 왜곡·손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첫 재판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이 사건이 계획됐다”며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비율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는 22일 오전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이 사건을 계획하고 제일모직을 상장시킨 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의 합병을 하기로 했다”면서 “피고인들은 합병 목적, 경과 등을 제공하며 불리한 건 감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병 과정에서 행해진 허위 정보 제공, 투자 정보 미제공을 검찰에서는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며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사건 합병이 승계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병의 목적은 최소 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검토 가능성까지 박탈당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또 “이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시점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를 가하면서 오히려 회계보고서를 조작·유포한 것”이라며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 비율이 왜곡되고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 실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긴급 대응 전략을 수립해 계열사들까지 동원한 뒤 삼성물산 주식을 희석시키고 매입 기회를 박탈했다”면서 “이는 부정한 기교 등에 해당한다며 이를 은폐하고 허위 공표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주주총회가 근소한 차이로 승인됐고 그 계획에 따라 시세조종 행위를 반복적·계속적으로 한 결과 이 사건 시세조종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이 부회장 등의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이 이어지고 이후 법정에 나올 증인신문 계획 절차가 수립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고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에 주목해 회사가 이 부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이에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산하며 이 부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나왔다.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구속된 지 94일 만에 ‘부당합병’ 관련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부도 피고인의 급박한 상황을 참작해 기일을 연기해줬다”며 “검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양측 모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