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점검, 관심 사안인데 점검 미비

최근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핵심 증거물로 꼽히는 블랙박스 영상 관련 거짓해명에 대해 경찰은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의 허위보고가 있었다는 입장과 함께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 점검에서 진상파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면에서 이번 사태는 경찰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경찰이 설계한 불송치, 내사 관련 심사 체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 차관 폭행 의혹 당시 블랙박스 영상 관련 허위보고에 대한 경위, 윗선 인지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해당 팀장, 과장, 서장에 대한 통화내역 분석 및 PC 등 포렌식 조사, 택시기사 등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그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발생했다. 경찰은 단순 폭행을 적용한 후 택시기사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했는데,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이 사건은 고발을 통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최근 경찰 조사 당시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목격하고도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앞서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지워져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보고 이를 숨겼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것이 ‘은폐 의혹’으로 비화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서초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대상자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히면서 진상조사에 나섰다. 또 25일 거짓해명 경위에 대해 “(수사관이) 보고를 안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미 진행한 관련 점검을 통해 누락이 밝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후 택시기사의 증언이 없었다면 수사관의 영상 목격 관련 정황은 “없었다”는 초기 해명에 묻힐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었다.
내사종결 경위에 대한 기존 점검은 관련 기록, 담당 수사관과 서초경찰서 관계자 진술 등 위주로 진행했다고 한다. 택시기사 등 관련자 대면, 수사관 휴대전화 조사 등은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등은 검찰 수사 진행 등 사유로 어려웠다고 전했다. 반면 경찰 위주 진술로 이뤄진 점검 결론에 왜곡이 발생했다는 면에서 ‘제 식구 봐주기’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경찰은 사태가 점검 체계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수사권 구조 조정과 맞물려 도입된 책임수사 관련 제도를 통해 다중의 심사 장치를 마련,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편 체계에서 경찰은 내사종결, 불송치 결정 관련 점검 장치를 두고 있다. 먼저 경찰서 수사의 경우, 내사종결·불송치 결정 과장 결재 전 심사가 이뤄지게 된다. 또 시·도청 단위 정기·상시 점검도 진행된다.
점검은 결재 전 단계에서는 경찰서 내 수사심사관이 한다. 이후 종결 사건들에 대해 책임수사지도관과 시·도청 소속 심사관 차원의 상급기관 정기·상시 점검이 진행된다. 다중 구조 점검이라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그런데 보고 누락을 거르지 못한 기존 점검의 경우, 상급기관 점검에 준하는 검토에 해당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점검은 경찰서 자체 조사가 아닌 서울청 단위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경찰은 심사 관련 제도 일부를 이미 적용해 왔던 실정이다. 일례로 책임수사지도관의 경우 지난해 1월 신설, 적용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점검 결과가 허위보고로 이어진 셈이다.
이 차관 사건이 사회적 관심 사안이었음에도 주요 쟁점 부분 누락이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주목도 높은 사건에서도 거짓해명이 나오는데, 일반 민생 사건의 경우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겠느냐는 주장이다.
나아가 실무 중심 방향성을 보이는 경찰 수사 체계 내 보고 사각 우려도 언급된다. 팀 내 상호 묵인, 보고 누락 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등의 전망이다.
경찰은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관련 진상조사를 진행하면서 위법이 있는 경우 수사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검찰 또한 이 사건 의혹을 수사하는 만큼 향후 기관 간 갈등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