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서 모두 무죄…“뇌물 단정 어려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80)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받은 것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거나 대가관계에 있는 금원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결론을 수긍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국고손실 혐의에 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에 따른 면소 판단을 유지했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회계관계직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김 전 기획관은 그런 직책이나 국정원 자금의 업무상 보관자라는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국정원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특활비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1심은 “국정원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를 함부로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 상납을 곧 뇌물로 단정할 순 없다”라며 “관행적인 예산 지원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특활비를 전달할 당시 원장들의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가 행사될지 불분명했고, 이전에도 청와대에 특활비가 지원됐던 사례가 있었다”면서 “국정원 예산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문제는 제기할 수 있어도, 불공정하게 직무를 집행할 우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기획관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봤다.
국고 등 손실 혐의에 관해서는 “공소시효가 7년인데 마지막 범행 시기인 지난 2010년 8월로부터 7년이 넘은 2018년 2월 기소됐다”며 면소 판단했다.
2심도 “이 사건 특활비 지급 시기나 국정원 예산집행 후 직원을 통해 전달된 사정에 비춰보면 개인적인 보답 차원에서 금원이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서도 원장직을 유지한 것에 대한 보답이나 편의제공의 특혜에 근거해 줬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전 대통령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뇌물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 및 자금 횡령 등 혐의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수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