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 방침에 맞서 새누리당이 국회 선진화법 수정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정기국회의 정상적인 운영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민주당이 악용하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이 내세우기 시작한 수정론의 명분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식물국회법으로 전락 위기에 있는 선진화법과 이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등에 업고 뚜벅뚜벅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야당과 소수당의 의견은 존중돼야 하지만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고, 무소불위식으로 소수의 입맛에 맞는 결정만 이뤄진다면 그것은 소수의 폭거"라며 "다수결의 원칙이 무너지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선진화법은 그야말로 선진화 된 정치문화 속에서 꽃 피울 수 있음을 민주당을 통해 더욱 절감한다"며 "자칫 국회가 선진화 되기는 커녕 '식물화'에서 더 나아가 '국회 무생물화'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에 그치도록 민주당의 이성적 판단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애칭으로 지어준 선진화법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후진화법이 되고 있다"며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을 선진화라고 할 순 없다. 선진화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에 있다"고 했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발의해 여야 합의로 처리된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횡포와 이에 따른 몸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선진화법에 대한 여권의 불만은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반짝' 표면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정부 여당이 선진정치를 위해 갓 도입된 제도 탓을 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바 있다.
수정론이 재점화하고 있는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 직후인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선진화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야당이 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은 선진화법 수정론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선진화법에 직접 손을 대는 대신, 여야 합의 보다는 효율성에 무게를 둔 '국회 활성화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