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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행방불명인 재심 절차 시작…제주지법, 청구인 첫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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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행방불명인 재심 절차 시작…제주지법, 청구인 첫 심문
  • 전영규 기자
  • 승인 2020.06.0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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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0~20여명씩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
당사자 아닌 청구인들, 불법성 증명 여부 관심
▲ 기자회견하는 김광우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 기자회견하는 김광우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70여년 전 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수형 생활을 한 뒤 행방불명된 수형인에 대한 재심 개시 절차가 시작됐다.

유족들이 소송 대리인으로 나서고 있는 이번 재심 사건에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제주 4·3 행방불명인 349명의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 사건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첫 심문 절차를 열었다.

앞서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행불인 협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인만 393명에 달했지만, 최종 서류 접수절차에서 349명으로 결정됐다. 이들의 목적은 명예회복이다.

행불인 유족들은 지난 2월 2차 재심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4·3 특별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수형인 유족은 뜻을 모아 죽기 전에 명예회복을 하고자 한다"며 "법원은 재심 사건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재판부의 첫 심문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지난 세월 많은 유족들이 가슴에 원통함을 간직하며 살아 왔다"면서 "모두 병들고 쇠약해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조속한 재판 진행을 재차 강조했다.

재심 청구 정당성과 이유는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다만, 재심 청구인 400여명의 요건과 유형이 다른데다 사건을 맡은 변호인 그룹도 4개로 나뉘어져 있어 법원이 심리를 진행하는데 많은 애로 사항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사자가 아닌 청구인들이 4·3 당시 행해진 불법구금이나 고문 등을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자가 아닌 그 가족들이 요건을 증명해내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법원은 당시 어린 나이였던 행불인들의 유족들의 진술 자체만으로 입증이 어려울 경우 4·3진상보고서와 수형인명부 등의 남은 기록을 토대로 구금 및 불법체포 사실을 가려낼 방침이다.

아울러 제주지법은 전체 청구인 349명을 10~20여명씩 나눠 재판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심문 기일이 정해진만큼 유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관련 절차를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17일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청구사건에서 대해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검찰 역시 불법성을 인정해 항소를 포기, 재심 사건은 1심 판결만으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과거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번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개시가 결정되면 법원은 유족들의 법정 진술과 당시 기록 등을 토대로 객관적인 입증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사법부가 4·3 당시 절차 없이 행해진 군사재판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한만큼 이번 재심 사건도 앞선 결과를 따르게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법원은 오는 15일에는 행방불명인 재심 청구 사건에 이어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4·3 당시 옥살이를 한 송순희(95) 할머니 등 8명에 대한 재심 사건 첫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 회부돼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두황(92) 할아버지도 있다.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에 나선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김 할아버지의 경우 4·3 당시 이뤄졌던 일반재판에 대한 최초의 재심 청구인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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