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로 동결했다.
5월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G2(미국·중국) 경제 흐름과 국내 재정지원책 성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조정여건 없었나…관망심리 더 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내린 이후 두달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춘 뒤 7개월만인 지난 5월에 0.25%포인트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7월 금리 조정 요인은 다분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암울한 국내 경제지표 탓이다.
지난달 수출은 467억3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0.9% 줄었고, 광공업생산은 한 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자물가도 1.0% 상승해 지난해 11월(1.6%) 이후 8개월째 1%대의 저물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고용지표만 무난했을 뿐이다. 6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36만명 늘어난 2547만8000명이었다. 중국 경제의 둔화 추세도 우리 경제엔 위험 신호다.
그러나 금리에 변동 줄 만큼 경기 상황이 급박하지 않고 정책 효과를 좀더 두고볼 단계라는 데 무게가 더 실렸다.
이는 정책 체감도가 낮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정부와 정치권의 판단과도 맥을 같이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아직 체감은 안되지만 하반기로 나가면 체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경제정책 내놓은 게 하루아침에 다 되면 경제 안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고 언급했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호주중앙은행(RBA) 등 외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동결이 금리 조정 가능성을 희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와 경기 사이클이 비슷한 유럽과 호주가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은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했다. 영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현행 0.50%로 묶고, 자산매입 규모를 3,750억 파운드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 2일 호주중앙은행(RBA) 역시 현재의 2.75%로 유지했다.
◇금리 조정 언제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내에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금리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내년에나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보면서도 금리를 인상 또는 인하할 지에 대해서는 팽팽한 의견 대립을 노출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변동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 등을 통한 시장 안정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면서 연내 동결 가능성을 점쳤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도 "경기지표가 횡보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추가 조정 여지를 일축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 연말까지는 금리를 묶어둘 것"이라면서도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국내 경기흐름을 지켜보면서 내년 2분기에는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염상훈 SK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경제성장 기대감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 탓에 한 차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면서 "시기상으론 김중수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