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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집중]고개 숙인 명품…"폭탄세일은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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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집중]고개 숙인 명품…"폭탄세일은 시작일 뿐"
  • 민숙영 기자
  • 승인 2013.02.1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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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가 점점 얇아진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자 초고가 해외 브랜드들이 백화점 폭탄세일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등 '재고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은 프라다와 루이비통, 구찌 등이 불황에 대한 역발상으로 값을 더 올리는 '오만의 마케팅'을 펼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 트렌드가 방향을 튼 것을 돌리기는 힘겨워 보인다.

유통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가격압박을 가해오던 속칭 초고가 해외명품 브랜드들이 '떨이'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시작이 어려울뿐 추세로 자리잡는 순간 '명품의 덤핑'은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한 자릿수 신장률을 겨우 유지하던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이 지난달 세일 기간에 처음으로 11.3% 역신장하는 등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조창현 신세계 본점 점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지난해 해외명품도 6.3% 매출 신장에 그치는 등 신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콧대 높은 해외 고가 브랜드 제품을 아울렛이나 창고에 쌓아놓고 팔기는 '모양 빠지는 일'. 따라서 품위는 유지하고 재고는 털어버릴 수 있는 '백화점 명품 할인전'에 뛰어들고 있다.

백화점 할인 행사에 참여하면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가며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대규모 할인 판매에 동참하면 혼자 세일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울렛이나 창고 방출 할인보다 손해도 적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평소 할인에 참여하지 않았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할인 판매하면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이득이다. 때문에 너도나도 그동안 할인에 참여하지 않았던 브랜드 유치에 혈안이 된 상태.

상당수의 해외 고가 패션 브랜드들은 이 때문에 백화점의 '해외 명품 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올해는 참여 브랜드가 지난해보다 늘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

신세계백화점은 15일부터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한다.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고가 브랜드가 고객 발송용 직접우편(DM)에 할인율과 가격까지 내세워가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15일부터 지난 행사 때보다 50% 늘어난 150억원 이상의 물량을 투입해 브랜드별로 30~80%까지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조금 늦은 22일부터 에트로와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발리는 물론 그동안 할인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미추와 꼼데갸르송 등도 선보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정도 대형 할인 행사를 하는데 참여를 꺼리던 브랜드조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백화점에서 할인하면 이미지에 타격도 덜 받고 할인 이슈가 있을 때 같이 참여해야 효과도 좋아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할인 행사 참여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품의 백화점 폭탄 세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폭탄 세일이 이어질 경우 1등급 명품으로 여겨지는 샤넬과 구찌, 루이비통에까지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초고가 명품 바로 밑에 위치한 브랜드가 높은 할인율을 앞세워 물량을 털어버리면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며 명품 수요가 2등급 브랜드로 쏠릴 수 있다는 것. 명품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아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판매 계획을 줄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고객을 뺏기면 올해 물량이 고스란히 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이 시기가 지난해 판매 실적을 맞춰보고 매출이 저조했던 초고가 브랜드 바로 밑의 명품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재고를 소진하는 단계"라며 "불황이 장기화되고 이번 백화점 명품 할인 판매 실적에 따라 올해는 루이비통과 샤넬, 구찌 정도까지도 매출 부진 영향권에 들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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