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07 16:16 (월)
교통정책 사각지대 '마을버스'…"우리도 대중교통이다"
상태바
교통정책 사각지대 '마을버스'…"우리도 대중교통이다"
  • 김지훈 기자
  • 승인 2012.12.02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내버스는 파업을 해도 준공영제니까 수입에 영향이 없지만 마을버스는 하루만 운행을 안 해도 사정이 어려워져서… "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육성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버스가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오는 7일부터 택시업계의 총 파업이 예고되자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버스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서울시마을버스사업자조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1일 오후 6시께, 전국 버스 운행 중단 예정 시간을 6시간여 앞두고 운행 중단 결의를 전격 철회했다. 시의 지원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운행을 중단하면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시민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며 설득작업을 진행한 서울시와 뜻을 같이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가 주재한 긴급회의에 마을버스조합은 초대받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는) 준공영제가 아니라서 부르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간선도로를 운행하며 시내버스와 지하철과의 연계수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지원책을 논하던 정치권과 대중교통 대란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 모두의 관심 밖이었다.

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시에서는 우리를 대중교통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매번 마을버스를 '보조수단'으로만 취급할 뿐, 제대로 된 지원을 안 해준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 등록된 마을버스 업체는 125개다. 이들 업체는 총 201개의 노선에 1401대의 마을버스를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업체 당 평균 1~2개의 노선을 운행하며 7~40대 정도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조합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부분 마을버스가 영세하게 운영되는 데다 지원도 거의 없다 보니 근무환경과 처우 등 모든 게 시내버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 한 해 준공영제를 도입한 시내버스에 인건비와 연료비 등 가동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보유비 명목으로 시내버스에 지원한 예산은 3200억원이다.

반면 민영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에 올 한해 편성된 지원 예산은 160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중 60억원은 마을버스 업체를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운행버스 규모가 5배 정도 차이 나는 데 반해 지원예산 규모가 20배 가까이 차이 나다 보니 종사자 개개인의 처우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마을버스 기사는 한 달에 받는 임금은 180만원 수준으로 시내버스 기사 임금 35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차량 1대당 평균 기사 수 또한 2.1명으로 시내버스 2.3명보다 적다. 이는 똑같은 8시간 2교대 근무를 하더라도 마을버스 기사의 근무 강도가 세다는 의미다.

윤명중 도시교통연대 사무총장은 "연계 교통수단으로서 마을버스가 맡은 역할이 중요한데도 이번 대중교통개정안 논의에서 마을버스를 배제된 건 상식 밖"이라며 "영세성을 면치 못함에도 서민을 위해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마을버스를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는 마을버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지원금은 '승객이 없더라도 운행을 열심히 해달라'는 취지로 주는 것"이라며 "마을버스를 준공영제 형식으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기복 서울시마을버스사업자조합 이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마을버스는 환승할인제가 도입되면서 수입이 절반넘게 줄어 1년에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토로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