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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警, 비리검사 수사 줄다리기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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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警, 비리검사 수사 줄다리기 '불편한 진실'
  • 배민욱 기자
  • 승인 2012.11.1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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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준(51) 검사(부장검사급)의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이 자존심을 건 독자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기관은 사상초유의 이중수사도 초래할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도 묻어났다.

검찰과 경찰은 김 검사의 비리의혹을 파헤치는데 적잖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김수창(50·사법연수원 19기)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내부의 비리를 확실하게 처리해 자정기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은 특임검사팀이 하지않는 수사를 진행하면 김 검사의 또다른 비리를 밝혀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양기관은 이같은 처음 모습과 다르게 날이 갈수록 불편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모양새다.

◇'한방 부담감' 경찰…번번이 특임검사에 사건 빼앗겨 '전전긍긍'

경찰은 김 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를 빼앗긴 상황에서 그의 또다른 비리를 한방 터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최근 검찰이 수사를 통해 경찰의 각종 부패비리를 밝혀내고 있다. 가뜩이나 수사권 문제로 보이지 않는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그 어느때보다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에는 역으로 경찰이 그 기회를 잡았다. 김 검사의 비리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의 은닉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것이다.

수사에 불씨를 당기고 있던 경찰은 검찰의 역습에 주도했던 수사를 빼앗겼다. 김수창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자체수사에 나선 검찰은 경찰보다 한걸음씩 앞서갔다. 특임검사팀은 압수수색과 김 검사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을 전격 소환조사하면서 경찰이 먼저 차려놓은 밥상을 그대로 가져간 꼴이 됐다.

여기다 이중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경찰은 어쩔 수 없이 특임검사팀과 중복되지 않는 수사를 통해 김 검사의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여기서도 나타났다. 경찰이 김 검사의 새로운 비리 정황이 포착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할 때마다 특임검사팀도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경찰은 또다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실제로 경찰은 김 검사 조희팔의 측근이자 자금관리책인 강모(52)씨로부터 2억4000만원을,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6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제기했다.

김 검사가 동료 검사 3명과 함께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과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맡았던 KT와 KTF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KT 임원 등과 해외여행에 다녀온 의혹 등도 제시했다.

또 2009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시절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부부가 기업인을 협박해 8억원을 뜯어낸 사건에서 수사무마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부산의 한 횟집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고소사건에서 김모(51·여)씨가 김 검사에게 수천만원을 입금한 의혹 등을 줄줄이 제기했지만 번번이 특임검사팀이 수사를 가로채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은 김 검사의 비리의혹을 제시할 때마다 특임검사팀이 사건을 가로채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와 함께 허탈함까지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거꾸로 경찰이 특임검사팀에 '김 검사의 이런 비리도 수사해야지'라고 하면서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현재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 철저한 보안에 힘쓰고 있다. 자신들의 수사 상황이 특임검사팀으로 들어갈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알리는 대로 특임검사팀이 다 낚아채고 있어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나름대로 알려지지 않은 A검사의 추가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로채기에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경기경찰청 소속 홍성환(23) 경위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1인시를 하는가 하면 또다른 일선 경찰관들은 세종시 인근에 모여 밤샘토론을 하는 등 집단행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검사 때문에…' 검찰, 비리조직 이미지 굳어질까 우려

수사의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검찰은 조직의 이미지 타격이 우려스럽다. 김 검사의 비리 의혹들이 날이 갈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 벗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당초 김 검사가 조희팔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에 대해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속도전 대신 장기전을 택해야 할 만큼 김 검사의 비리의혹은 큰 산이 돼 버렸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검사의 비리 의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내심 우려스러운 분위기다.

현직 부장검사가 각종 부정부패에 엮여 검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그것도 자기들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에 의해 붉어졌다는 사실은 자존심에 타격을 입기에 충분하다.

최근 여론의 분위기도 검찰에 유리하게 돌아가지도 않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번번이 가로채 수사를 진행하면서 제식구 감싸기, 꼬리자르기 등의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김 검사 사건은 검찰에는 분명한 타격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사건을 통해 검경 양측이 모두 상처를 입었지만 검찰쪽의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리 장본인이 부장검사라는 사실에다 검찰 수뇌부가 이를 덮기에 급급하게 비춰지고 있다. 대선국면의 화두로 떠오른 검찰개혁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다 내곡동 사저 부실수사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의 위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경찰이 쉽게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검찰은 골칫거리다. 경찰은 이번 기회를 쉽게 놓치려 하지 않고 있다.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검찰보다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김 검사 비리 의혹의 진실을 규명한다는게 경찰의 의지다.

경찰은 나름대로 알려지지 않은 A검사의 추가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특임검사팀의 수사결과를 본 뒤 미진할 경우 김 검사에 대한 독자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의지의 표현으로 경찰은 지난 14일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김 검사의 계좌로 수억원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의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통상 하루정도 걸리는 영장 발부여부에 대해 검찰은 이틀간의 고민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입금자에 대한 수사 기록이 없고 범죄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는 등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영장을 기각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경찰의 수사의지를 꺾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칫 경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김 검사의 또다른 비리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위한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김 검사의 자금 용처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과연 영장을 발부해 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중수사를 초래하면서까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가로채고 이제는 영장까지 기각해 사실상 경찰 수사의 손과 발을 묶어버린 꼴이 됐다"며 "김 검사에 대한 또다른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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