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경제랑 통계를 전공했어요. 거기도 취업난이 심해 한국으로 왔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네요. 그러다 미주개발은행(IDB)에 관심이 생겨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15일 오후 국제금융기구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A씨(25·여)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준비해 온 서류들을 넘기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통계를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한 민간연구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여부다. 그는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최근에 국제기구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며 "국제기구 인턴을 하려 해도 최소 대학원 석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석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날 IDB 관계자에게 이력서를 검토받고,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물어 대학원 진학 여부를 결정할 참이었다.
지난 4년간 국내 증권사를 다니다 퇴직한 후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B씨(33)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RBD)에 지원한 그는 "영어를 잘 못해 면접이 걱정된다"며 "최근 금융권에서 MBA 전공자를 채용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어 취업이 어렵다. 요즘도 여러 군데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많은 준비는 안 돼 있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어릴적부터 국제기구를 꿈꾸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면접자도 있었다. 그는 이날 휴가를 내고 이 자리를 찾았다.
김모(28·여)씨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국제기구를 꿈꾸면서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입사하기까지 절차가 오래걸리더라"며 "그것만 바라볼 수 없으니까 지금 회사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국제금융기구 채용박람회에는 1986년생부터 1947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다. 박람회 관계자는 박람회 이날 인터뷰 대상자만 30명 남짓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주개발은행(I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이들 중 IMF와 EBRD는 면접을 통해 정규직 직원과 인턴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고, 그 외 기관들은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했다.
박람회가 실시된 첫 해인 2009년에는 8명이 국제기구에 정규직 및 인턴으로 채용됐다. 그 다음해인 2010년에는 13명 작년에는 8명이 채용됐다.
그럼에도 올해 6월을 기준으로 6대 국제금융기구 내 한국인 비중은 0.75%에 불과하다. ▲IMF 27명(1.08%) ▲ADB 56명(1.87%) ▲WB 46명(0.38%) ▲IDBG 6명(0.31%) ▲AfDB 3명(0.18%) ▲EBRD 8명(0.69%)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2% 정도 되는데 국제기구의 한국인 진출 비율이 0.75%인 것은 낮은 수준"이라며 "ADB의 경우에는 지분율이 5%인데도 1%정도만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기구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구직자들이 면접에 약하고, 국제기구의 요건이 워낙 까다롭다보니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국제기구에서 한국인 비중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기구는 학부때부터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 같다"며 "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국제기구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