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연내 추가 인하도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미 대선 이후 재정절벽(정부 지출이 갑자기 줄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 우려가 어떤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됏다.
6일 뉴시스가 금융시장 전문가 7명에게 11월 기준금리 향방을 물어본 결과 모두 '동결'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연내 추가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는 1명 뿐이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내린 이후 두 달간 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10월에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된 모습이고, 유로존 위기도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경기 측면에서 인하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다만 일시적 반등인지, 추세적 반등인지를 지켜본 후 내년 1분기에 금리 변화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부담이나 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상당기간 현 금리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며 "내년 1분기에 해외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물가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과 함께 금리 인하를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에 대외 여건이 추가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다면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경기지표는 다소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 광공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8% 늘어나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0월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1.2% 늘어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1% 오르면서 두 달 연속 2%대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10월 비제조업 지수가 상승하고, 미국의 고용 지표도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회복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미 대선 이후 여야가 재정절벽 협상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지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부가 금리 정책 카드를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 정책을 보수적으로 갈 필요가 있는 만큼 연내 추가 인하는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미 대선 이후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일정 부분 완화된 조치를 취하겠지만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가 만연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재정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 "IMF도 예상했듯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경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펀더멘털 지표는 개선되고,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절벽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제가 달라진다"며 "재정절벽 이슈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개선세가 뚜렷하고 반면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중국과 일본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미 공화당의 롬니 후보조차 조작설을 제기할 정도로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다"며 "예상보다 훨씬 나쁜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연내 추가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일하게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지난 2,3분기보다 좋아지는 것이지 아직 금리 인하가 완전히 필요 없다고 할 정도고 경기가 살아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금리 인하가 끝났다고 보기는 빠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느냐가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며 "11월 금리를 동결한 후 연내 한 번 정도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1월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움 주신 분들 =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 홍춘욱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