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2 10:37 (목)
"자녀는 소유물 아니다" 어느 재판장의 꾸짖음
상태바
"자녀는 소유물 아니다" 어느 재판장의 꾸짖음
  • 맹대환 기자
  • 승인 2012.11.01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딸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성적 폭언을 일삼은 40대 아버지에 대해 법원이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는 고전을 인용해 어긋난 부정을 꾸짖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이탄희 판사는 1일 "방치할 경우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버지 김모씨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14)양의 악몽은 부모의 불행한 가정생활에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결혼생활 중 어머니를 자주 폭행했고 두 차례에 걸쳐 기소돼 벌금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결국 부모는 2008년 11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어머니가 양육권을 포기하면서 A양은 남동생과 함께 아버지와 살기 시작했다.

한 번 어긋난 가정생활은 깨진 유리조각 처럼 겉잡을 수 없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혼 후 어머니에게 가해졌던 아버지의 폭력이 A양에게 그대로 되물림 된 것이다.

아버지는 A양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모습에도 화를 내기 일쑤였다.

"굼벵이처럼 뭐하고 있냐", "앉아 있으면서 도와주는 게 없다" "일부러 안 걸으려고 쇼를 하고 있다"며 목발로 때리고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도 했다.

또 유리병을 거실 바닥에 깨트린 뒤 넘어트리는 바람에 발바닥에 유리가 박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서울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매질이 이어졌다.

심지어 아버지는 "함께 죽자"며 흉기로 위협하거나 "술집 여자나 되라" "아무 남자나 만나서 몸 굴려라"는 등 성적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A양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고 학교 담임교사에게까지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아버지의 거친 항의로 물거품이 됐다.

또 아버지의 매질을 피해 급하게 잡아 탄 택시에서도 기사에게 "이대로 내리면 나는 맞아 죽는다"고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허사였다.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는 아버지의 소동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도 "폭행이 없었다"는 아버지의 말만 믿고 돌아갔다.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A양은 2년6개월이 지나서야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무참한 폭력에 짓밟히던 A양을 때마침 집 밖에 와 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A양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상대로 친권 및 양육권자 변경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자 현재는 서울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동들의 분노는 성인이 된 후 부모에 대한 범죄로 되돌아오거나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가 피해 아동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아버지 김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는 내용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소개하며 구독을 권유했다.

-다음은 재판부가 소개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을 뿐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소유는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어도
당신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의 육체를 가둘 수는 있으나, 영혼은 가둘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영혼은 당신이 꿈속에서 마저도 가볼 수 없는 미래의 집에서 살 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그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지만,
그들을 당신과 같이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생명이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어제에 머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활이고, 아이들은 화살입니다.
궁수는 끝없이 펼쳐진 길 위로 화살을 쏘기 위해, 당신을 구부립니다.
기꺼이 구부리도록 받아들이세요.
궁수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지만, 머물러 있는 활도 사랑하는 법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