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특검에 출석하면서 향후 수사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검은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 이 회장을 상대로 조카 이시형(34)씨에게 ▲6억원을 빌려준 경위 ▲6억원의 자금 출처와 성격 ▲돈을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전달한 이유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또 6억원의 자금출처 뿐만 아니라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 먼저 요구한 차용증의 작성 경위와 시점, 차용증 원본의 진위 여부 등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시형씨는 최근 특검조사에서 사저터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친 김윤옥(65) 여사 소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인 이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차입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시형씨의 직장 근무연차와 연봉을 감안할 때 상환이 쉽지 않은 수십억원을 마련한 배경에 의문을 갖고 이 회장으로까지 수사대상을 넓혔다.
'현금 6억원'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인 자금조성과 관련, 시형씨는 검찰 서면조사에서 "아버지로부터 계약에 관한 내용을 듣고 '큰아버지한테서 6억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어머니를 통해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시형씨가 단순 '자금운반' 역할에 그쳤을 경우 부동산실명법 위반 논란이 일자 시형씨는 특검조사에선 "내가 실소유할 목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했고,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개입이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이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 큰 이견은 없다. 지난해 5월20일 땅 매입 때문에 조카 시형씨가 차용증을 들고 오자 도장을 찍어줬고, 아내에게 미리 돈을 준비해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개입은 없었다고 이 회장은 주장하고 있다.
6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시형씨는 큰 아버지한테서 빌린 돈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 역시 동생(이상득 전 의원) 정치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계좌에서 뽑아 보관해왔던 돈을 조카에게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회사 법인자금 전용 의혹을 부인했다.
또 다른 쟁점인 차용증 진위에 대해서도 시형씨는 합법적인 거래라고 강조하지만 차용증 원본파일은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은 지난 17일 시형씨가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하는 다스 본사 사무실과 숙소를 압수수색했지만, 차용증 원본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형씨가 검찰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필한 것처럼 차용증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차용증의 원본파일이 있더라도 생성 일자가 거래일이 한참 지난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급조'한 것으로 의심해볼만 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거래할 당시)차용증이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작성 시점이나 경위 등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할 경우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6억원을 굳이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건넨 이유도 의문스럽다.
이 회장은 "지난 총선에서 동생인 이 전 의원을 지원하려고 집 장롱 안에 현금을 보관했지만 출마하지 않아 돈의 일부인 6억원을 조카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자금 흐름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거래한 것을 놓고 비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서울 구의동 자택 붙박이장에 개인적으로 모아 놓은 현금 중 6억원(5억원은 1만원권, 1억원은 5만원권)을 보자기에 싸뒀다가 부인을 통해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붙박이장은 최대 10억원까지 보관이 가능하며,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자전거를 세워 둬 평범한 벽장처럼 위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집안에 거액의 돈을 금고가 아닌 붙박이장 등에 보관해온 점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장롱 속 뭉칫돈 7억원'이 검찰 수사에서 불법 정치자금으로 밝혀진바 있다.
특검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이 회장뿐만 아니라 조카 시형씨, 주변 인물들에 대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였다.
시형씨에게 빌려준 현금과 다스 법인 자금과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다스 법인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등 다스 법인에 대한 계좌추적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김 여사의 비서로 알려진 측근과 시형씨 사이에 사저부지 매입 시점 전후로 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 돈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의 개인 계좌가 다스 계좌로 연결되면 (다스 법인 계좌를) 살펴보겠지만 아직 다스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일가가 임기 첫 해와 마지막 해에 두 차례나 특검 수사를 받는 오점을 남긴 가운데 큰아버지와 조카가 사전에 얼마나 '입'을 잘 맞췄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