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50일 앞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판세는 3자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가 40∼45% 안팎의 지지세를 나타내며 독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간 단일화 문제가 남아 있어 현재 판세를 예측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나름대로 대권을 향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정적인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세 후보의 대선 승패에 어느정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박-문-안 3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의 강세로 나타났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며 견고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안철수와의 단일화 변수를 배제한 수치로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문재인, 안철수 등 두 후보와의 각각 양자대결에서 모두 진 것으로 나왔다.
결국 돌발상황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대선가도에서 현재의 지지율 격차와 수치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직 1위 후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박 후보가 지지율면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대선 게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안고 있는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朴 '대중성·정치적 경험'…'과거사 논란'이 변수
박 후보의 최대 강점은 포용력과 대중성 즉 정치적 경험을 꼽을 수 있다. 또 기성 세대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높다. 반면 새누리당이 집권당이기에 안아야 하는 비판적 시각과 과거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박 후보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중장년층에게는 당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국모'로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육 여사를 꼭 빼닮았다', '(대통령)나랏님이 되어 달라'는 등 노골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는 조직력이 확고하다는 점도 강력한 무기다.
그는 대구·경북 이른바 'TK' 지역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확인됐듯 박 후보를 향한 TK민심의 충성도는 어느 후보도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여당 텃밭인 부산·경남과 강원 지역의 지지세도 견고한 편이다.
그가 여성이지만 거물급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사 논란' 이후 다시 불거진 '정수장학회 문제'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연일 박 후보를 향해 정수장학회 등 과거 행적을 문제 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입장 표명'을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공방은 더 가열된 모양새다.
범야권 대선후보 진영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의 관계와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 재산헌납 과정의 강압성을 부인한 점에 대해 연일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면서 "박 후보는 사실을 왜곡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박 후보는 국민 대통합을 '불통 스타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캠프도 "박 후보와 같은 인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열 수가 없다"며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그동안 과거사와 관련된 여러 입장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50일밖에 남지 않는 대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 후보가 최근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자신과 관련없다'는 강공을 선택한데 대해 절묘한 선택이 아니냐는 진단을 하기도 한다.
즉, 그동안 중도층까지 포용하려는 전략을 전개해온 박 후보가 안 후보 등장이후 한계에 부딪히자 고정 지지층을 더욱 확고히 끌어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속되고 있는 과거사 논란이 박 후보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줄 지 주목되고 있다.
◇ 文 '국정 경험', 安 '깨끗·참신한 이미지'…단일화가 관건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국정 경험'이다.
대선 후보들 가운데 '대통령'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 후보가 육영수 여사 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지만 실제로 국정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두루 지내면서 국정 전반을 대통령의 관점에서 다뤄 본 경험이 있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대리하는 자리로서 보고사안의 대부분을 전결 처리하는 실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서툴고, 고집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정치인다운 화려한 연설이 서툴고, 표정관리나 대중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또 원칙과 소신이 분명하면서도 '고집스럽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문 후보의 측근은 "그가 한 번 내뱉어 결론 내리고 나면 끝까지 아니라고 말하고, 상황이 바껴도 잘 뒤집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안철수 후보는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 젊은 세대와 소통·공감하는 능력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바람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요약되기도 한다.
특히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안 후보는 기존 대선주자들이 여당인 새누리당은 TK지역과 고령층, 야당인 민주당은 호남과 2040세대층의 지지를 받아온 것과는 달리 계층, 지역, 연령대 유권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는 TK(대구·경북) 지역이나 서울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학창시절 모범생에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 출신, 'V3' 백신을 만든 벤처기업가, 2000억원대의 '통 큰 기부'를 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실천가 이미지 등이 전 계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당이 없어 지원세력이 미비하고 검증되지 않은 정치·정책력 능력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대선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변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다.
정치쇄신의 '카운터 파트너'로 끌어들여 민주당이 단일화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문 후보와 '새로운 정치'를 부각시켜 한판 승부를 예고하는 안 후보와의 팽팽한 신경전이 주목된다.
두 후보는 단일화 주도권을 갖기 위해 '정당 후보론'과 '무소속 대통령론'으로 내세우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하면 양쪽 진영의 시각차가 뚜렷해 향후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에는 안 후보 측에서 "박근혜 후보와 맞대결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문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을 해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하지않겠느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단일화 여부는 결국 이들 두 후보간 선택이겠지만 그 결과에 따라 대선 판도는 적잖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3파전이냐, 2파전이냐에 따라 대선구도는 투표일이 다가 올수록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50일 후의 최종 승자를 현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변수들이 발생해 대선판이 요동칠 지도 관심이지만 향후 5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정책과 과제를 풀어놓고 하나하나씩 따져보는 지혜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