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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선박금융 실적 '제로'… 예고된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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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선박금융 실적 '제로'… 예고된 '헛발질'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2.10.1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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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지원은 해줘야겠는데, 선박제작 금융 노하우는 없고...'

지난달 초 시중은행이 조선사 지원을 위한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지원실적은 '제로'다.

시중은행들은 "처음 해보는 상품이라 운영 노하우도 없는 상황에서 조선소들을 지원해줄 저리 자금을 확보할 실력도 부족하다"며 하소연을 하지만 조선사들은 "(은행들이 조선소를) 지원할 의지가 있기는 있었냐"는 반응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선박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신규 도입한 시중은행 5곳(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의 실적은 이날까지 '0건'이다.

같은 시기에 제작금융을 시작한 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만이 각각 2000억원(1건), 1000억원(1건)의 지원을 실시했다.

지난달까지 선박 제작금융을 전담했던 한국수출입은행은 7000억원(승인 9000억원)을 조선사의 선박 건조에 지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세계적인 조선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조선사 지원을 위해 산은 등 국책금융기관 2곳과 시중은행 5곳에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실시토록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한달반이 지났어도 아직까지 1건의 제작금융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들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국가등급과 유사한 국책기관에 비해 조달비용이 많이 들어 낮은 금리로 금융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재 수은 등 국책기관들은 3%후반에서 4%초반 사이에서 조선사 제작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산은은 제작금융 활성화를 위해 30bp(0.3%)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시중은행은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만큼 50~100bp 높은 금리로 제작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조선사 제작금융이 경험이 전무한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제작금융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작금융이 대부분 3년 이상의 만기로 실시되는 만큼 산업의 안정성이 중요한데 현재 상황을 보면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며 "대출심사를 하는 데도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국책은행이 지원했던 분야에 시중은행이 접근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상황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기 불황으로 선박 수주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수은의 신용공여한도가 늘어난 만큼 시중은행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해외 대규모 사업 수주를 위해 수은의 신용공여한도를 완화했다. 동일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수은 자기자본의 50%에서 80%로 확대했으며 동일한 개인 및 법인의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40%에서 60%로 완화했다. 거액신용공여한도도 자기자본의 5배에서 6배로 완화돼 14조4000억원상당의 자금지원이 추가적으로 가능해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은의 신용공여한도가 모두 소진돼 시중은행의 조선사 지원을 유도하려 했지만 지난달 수은의 신용공여한도가 완화되면서 지원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위축된 조선업황이 향후 개선된다면 수은만으로는 모든 지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에 대해 시중은행이 선제적으로 준비를 한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이와 상반된 입장이다. 이들은 자금지원이 절실하지만 금융권이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더구나 업계불황으로 국내 조선사의 올해 수주량(9월 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6% 줄어든 520만CGT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현재 수주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고 하지만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며 "대금 지급이 헤비테일 방식(선박 인도 시 대금의 60%를 지급한 것)이라 선박 제작 자금의 중간 공백이 너무 크다. 이럴 때일 수록 금융권의 지원이 뒷받침 돼야만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안 좋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들며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삼성, 현대, 대우 등 조선 빅3를 제외한 다른 조선사들은 자금지원이 절박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로 시중은행들이 조선사 지원에 나선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권 말에 모양새만 갖출 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추진해서인지 구체적인 상품이나 창구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내 조선업이 세계 1위이지만 금융지원은 가장 취약한 수준"이라며 "연구개발(R&D)투자 등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분명 조선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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