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건설, 조선, 자동차)의 불안한 기조 탓에 판매가 시원찮은 상황이다.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 역시 회색빛 구름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종의 불황은 1분기를 채 못 넘긴 시점부터 예견됐다. 정준양 한국철강협회 회장은 연초 철강협회 신년회에서 "철강 시황이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하반기 시황 개선을 기대했으나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겨우 복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2%, 영업이익은 39.0%나 줄었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장기 불황에 직면한 이유는 건설과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 수요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하려 해도 아직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012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조사결과도 먹구름 일색이다. 자동차나 철강은 흐린 날씨로, 건설·조선은 비 내리는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업종이나 연관 산업 모두가 좋지 못한 전망치를 받으면서 철강업계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뭐라 언급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철강 산업에 대해 중국 업체의 감산에 힘입어 생산이 다소 늘 수 있겠지만 중국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의 건설업과 조선업 등 전방산업의 경기불황이 계속돼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선업종 역시 유로존 위기로 하반기 평가가 좋지 못했다. 전체 해운경기가 좋지 못해 벌크선, 유조선 등의 발주가 크게 위축돼 하반기 수출액은 상반기 대비 28.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종 역시 상반기에 재정이 조기 집행된 결과로 하반기에는 공사수주 규모가 3.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관련 규제완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심각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철강업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들의 하반기 전망이 우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름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선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일부 철강사는 해외 수요처를 찾아 나서고 있고, 해외에 고로를 짓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침체된 것도 어려운데 유로존 위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제까지 위협을 하고 있어 뭐라고 이야기 할 상황도 아니다"며 "앞으로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 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