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며 이번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서 정선재)는 14일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전 위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했음에도 특정 사업자로부터 인허가 도움 요청을 받고 거액을 받은 것은 그 죄질이 무겁다"며 "최 전 위원장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형을 면키 어렵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동율씨로부터 받은 6억원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파이시티 전 대표 이정배씨를 최 전 위원장에게 소개한 것은 내심 사업 인허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려움을 호소하며 부탁을 하기도 했다"며 "이들과 함께 만나 어울리는 과정에서 이 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던 만큼 돈을 받으면서 대가성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의 성격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무관한 '언론포럼' 운영자금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친분관계가 없었던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동석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브로커 이씨가 마지막으로 건넸다는 2억원에 대해서는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 전 위원장 측이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방을 신청한 것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이상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로비 청탁 명목으로 고향 후배이자 브로커인 이동율씨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각각 2억원과 6억원씩, 모두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며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8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실형 선고를 받은 최 전 위원장은 법정을 떠나기 전 아무말 없이 방청객석에 있는 지인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의 눈빛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