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수의 극치'
중소기업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금리 인하를 기존 대출을 제외한 신규 대출에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소식을 접한 여타 은행권 내에서조차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최근 중소기업대출 금리 인하 작업에 착수해 현재 17%인 최고금리를 1~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SC은행은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신규대출에만 적용키로 했다.
지난 6월말 현재 SC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8조6977억원이다. 이 가운데 고금리(15~17%) 대출 잔액은 1%(870억원) 미만이다. 금리를 2%포인트 내리더라도 고작 17억원가량 이자 수익이 줄어든다. SC그룹의 올해 상반기 지난해 대비 9% 증가한 95억10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SC은행 측은 수익성 악화를 염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대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자발적이기라기 보다) 정부당국의 기조와 금융권에 대한 비판을 고려해 실시한 것"이라며 "기존 대출까지 금리를 내릴 경우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해 SC은행은 기존 대출 금리를 조정할 경우 일일이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B, 신한은행 등은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내릴 경우에는 계약서를 다시 쓰지 않고 일괄적으로 하향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기존 대출을 제외한 신규 대출에만 금리인하를 적용키로 한 데 대해 같은 은행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이라고 해봐야 전체 대출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금융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금리 상한선을 인하해도 그 혜택을 받는 기존 고객은 소수에 불과한 게 사실"이라며 "그것도 신규 대출에만 적용한다면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