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시장에 연동,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식탁물가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해외식량기지' 정책을 확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곡물파동은 미국 중서부에서 발생한 50년만의 가뭄으로 옥수수·콩 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데 따른 '애그플레이션'(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원인.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파동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미국·캐나다·브라질·호주 등 메이저 곡물수출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자칫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당한다.
정부는 우선 가격 급등에 대비해 옥수수에 대한 할당관세와 우리 밀 생산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번기 인력부족에 대비해 사회봉사명령대상자 12만명, 공공근로자 등을 농촌에 투입하고 계약재배와 산지작업반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곡물자급률이 2010년 기준 26.7%인 세계5위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옥수수와 밀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가 국내에 반영되는 4~7개월 후에는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축산업이 대부분 수입 사료에 의존하고 있어 축산업계의 고통도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는 중기계획으로 2018년까지 해외식량기지 138만㏊, 물량 38만톤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85개 기업이 20개 국가에 진출해 4만2300㏊(17만1000톤)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 및 구소련 지역 중국·라오스 등 아시아 지역, 미국 및 남미지역, 뉴질랜드·호주 등 기타지역 등에 진출, 옥수수·콩·보리·콩 등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국내 농·수·축산업자들은 해외식량기지 건설이 국내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들어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례로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하림이 미국의 닭고기업체를 인수한 것과 관련, "국내 육계산업을 송두리째 말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하림은 미국산 닭고기를 국내로 역수출하지 않겠다고 육계농가와 국민 앞에 맹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 수입 곡물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식량기지 정책을 강력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재완 장관은 애그플레이션과 관련, 21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농축수산물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토대로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안정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