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차 직장인 정모씨(32세)는 최근 A은행을 들렀다가 담당직원에게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유 받았다.
대학시절 학자금 대출 3000만원을 받은 그는 지금까지 약 2300만원을 갚은 상황. 앞으로 대출 상환 기간이 1년 남은 그에게 창구 직원은 변동금리 대출을 추천했다.
지금까지 고정금리 대출만 이용해온 그는 고민 끝에 사흘 뒤 A은행을 다시 찾았다. 그는 "고정금리로 3년 동안 상환해왔는데 향후 금리가 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직원의 권유대로 변동금리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급격히 늘어나던 고정금리 대출의 증가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변동금리 대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41.6%로 전월 대비 2.7%포인트 낮아졌다. 반대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58.4%로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이어져오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의 상승세와 연동금리 대출의 하락세가 6개월 만에 꺾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6월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난 것은 특별히 설명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7월부터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일 기준금리를 내린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이자부담을 줄이려는 고객들이 변동금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변동금리 대출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간혹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묻기도 해 난감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는 고정금리보다 0.5%포인트 가량 낮은 상황이다. 1억원을 대출 받은 고객이 변동금리를 선택할 경우 한 해 약 50만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1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은행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는 최저 연 4.63%인데 반해 변동금리는 연 4.17%로 0.46%포인트 낮다.
신한은행의 경우 고정금리는 최저 연 4.45%, 변동금리는 4.12%로 0.3%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소폭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조만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지수) 금리가 발표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발표되면 이달 중 변동금리는 대폭 떨어져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추가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을 전제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말했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아지면서 난처한 곳은 금융당국. 당국은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으로 각 은행에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오는 2016년까지 30%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따라서 각 은행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렸지만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오히려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커진 셈이 됐다. 고정금리 대출 고객이 '박탈감'을 느낀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변동금리 대출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리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연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