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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이 뭐길래…' 아내·동생·처남 살해한 인면수심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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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이 뭐길래…' 아내·동생·처남 살해한 인면수심 40대
  • 배민욱 기자
  • 승인 2012.06.2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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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노리고 친·인척들을 살해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주범인 박모(46)씨는 부인과 동생, 처남 등 가족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공범과 함께 이들을 살해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21일 박씨 등 3명을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전모(36)씨를 공소시효가 만료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에서 활동하는 토착 폭력배인 박씨는 자신의 부인을 첫번째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 부인을 살해한 후 보험금을 받기로 결심했다. 중고매매시장 딜러를 하며 조직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다 자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자신의 후배인 유모(41)씨와 전모(36)씨에게 범행을 제의했다. 이들은 1996년 10월6일 오후 8시께 경기 양주시 회천읍 복개천 주차장에서 차량에 있던 부인 김모(당시 29세)를 살해했다.

이후 전씨는 자신의 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박씨는 김씨 그대로 타고 있던 승용차를 운행해 경기 양주군 회천읍 봉양리 봉양삼거리에서 고의로 충돌사고를 일으켜 사망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모두 1억4500만원 상당을 지급받았다.

박씨는 자신의 동생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1998년 7월15일 동생(당시 28세)을 수익자로 보험상품 3개를 가입했다. 같은해 9월19일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이날 오후 동생에게 "돈 받을 곳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제의한 뒤 익일 0시 경기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부근에 주차된 승용차 내에서 동생을 살해했다.

같은날 0시30분께 경기 양주군 광적면 가납리 703번지 앞길에서 교통사고로 동생이 사망한 것으로 위장했다. 박씨는 6억원의 보험금을 얻게 됐다.

박씨의 살인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처남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가로챘다.

박씨는 1998년 재혼한 부인 남동생(처남)인 이모(32)씨를 세번째 범행대상으로 골랐다. 2006년 2~3월경 3개 보험사에 이씨 명의로 사망시 고액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손아래 동서인 신모(41)와 함께 같은해 4월13일 교통사고로 위장할 장소를 미리 답사했다. 같은날 오후 11시30분께 경기 양주시 덕정동 주공아파트 상가 앞에서 미리 준비한 박카스에 수면제를 타서 이씨에게 먹인 후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다.

다음날 새벽 2시께 박씨의 승용차에 사망한 이씨를 태워 경기 양주시 회정동 봉양교 교각에 충돌해 교통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위장했다. 그는 모두 12억5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미리 만들어 둔 자신의 장모 명의의 계좌로 수령해 가로챘다.

박씨는 2005년 9월 인터넷 게임 '리니지'를 통해 알게 된 최모(41·여)씨의 남편 김모(41)씨에게도 범행의 손길을 뻗었다.

내연녀 최씨는 2006년 1월24일 오후 10시께 서울 은평구 수색동 자신의 집에서 박씨로부터 넘겨받은 수면제를 남편 김씨가 평소 복용하던 한약에 타서 먹였다. 박씨는 동서 신씨와 함께 김씨를 차에 태우고 경기 양주시로 이동했다.

김씨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자 이들은 김씨를 살해하기 위해 길가에 내려놓고 승용차로 들이받았다. 김씨는 사망하지 않았지만 전치 18주의 중상을 입고 2년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5급 장애판정을 받았다.

박씨 일당의 범행은 지난 3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박씨가 아내와 동생, 처남 명의로 고액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고 직접 보험금을 지불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이씨 명의의 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타인 명의의 대포폰 번호를 기재하고 평소 잘 아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해 본인 확인 절차를 생략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는 총 20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은 뒤 미리 준비한 계좌로 분산이체해 18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내연녀인 최씨는 박씨와 공모해 자신의 남편인 김씨를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바람에 남편이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자 속죄하는 마음으로 2년간의 병수발을 한 후 별거를 하다가 올해 3월 이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최씨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죄짓고는 못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범 신씨도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실을 알게 되자 범행을 자백하며 '동서인 박씨와 엮이게 된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박씨가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인 박씨는 진술을 계속 번복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거부하고 현재까지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담당 형사에게 '감방에 갔다 나오면 꼭 찾아오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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