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밤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뒷얘기가 공개됐다. 송승환 총연출, 양정웅 총감독, 성화에 불을 붙인 김연아가 10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어젯밤 자신들이 쓴 역사를 털어놓았다.
김연아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짧았지만 스케이팅 모습을 오랜만에 보여줄 수 있어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렇게 높은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실수없이 잘 할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김연아는 성화대에서 아이스댄싱을 한 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박종아, 정수현이 넘겨준 성화봉으로 점화했다. 스타디움 아래에서 솟아오른 불기둥이 성화대에 불을 당겼다.
송승환 총감독은 "불기둥은 굴렁쇠 30개에 불이 붙어서 올라간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30년이 걸린 것을 30개의 링으로 표현했다. 서울올림픽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굴렁쇠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넘어질 수도 있으니 오로지 실수하지 않으려 집중했다. 경기는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개회식은 딱 한 번의 기회였다"고 실수없이 아이스댄스를 해 낸 것에 안도했다.

또 "개인적으로 (성화 점화자) 소식을 들은 것은 몇 달 전이었다. 다만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점화를 하고 어떻게 스케이팅을 하는지 등등은 이후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실제로 연습한 것은 5일 밤부터 이틀 정도였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실수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었다. 행여나 넘어지면 안 되니까, 그것만 고민했다. 사실 무대에 올라가니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실수를 하지 않아 다행이다."
감격스러웠다. "사실 연습을 할 때도 그리 긴장하지는 않았다. 리허설 때도 그리 큰 느낌이 오지 않았는데,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까 느낌이 확 달랐다. 성화를 받고 불을 붙이는데, 그때는 나도 울컥했다. 선수 출신이기도 하고, 올림픽이 진짜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뜨거워졌다"는 고백이다.
돈을 아낀 개회식이었다. 송승환 총감독은 "처음 총감독을 맡았을 때 예산을 물었더니 1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우올림픽이 저비용으로 환경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조직위원회에서 나에게 '저비용, 고감동으로 만들라'고 했다"고 전했다.

예산이 600억원으로 줄어든 이유다.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예산은 200억~300억원 정도였다. 다행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이 100억원 정도 증액됐다. 객석에 LED를 설치한 것도 추가 예산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단비같은 추가 예산이었다"며 다행스러워했다.
드론 1218대로 스노보드 선수, 오륜기를 형상화한 장면을 시청자와 관중에게 각인시킨 송승환 총감독은 "오히려 예산이 적어 '작지만 강한 한국'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어쩌면 적은 예산으로 출발을 했기 때문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꽉찬 개회식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