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는 공무원들로만 구성됐던 ‘불법 주정차 단속 의견진술 심의위원회’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주민 배심원 제도’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정차 단속에 대한 ‘의견진술’을 주민이 직접 심의하고,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의견진술 심의위원회에 민간 위원을 위촉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불법 주정차 단속 의견진술 심의위원회 규칙을 제정했다. 공무원이 형식적으로 처리해 주민 호응도가 떨어지는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을 적극 수렴한 결과다.
불법 주정차 위반자는 단속이후 사전통지서 발급일로부터 20일 안에 의견진술을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과태료 부과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의견진술에 대해 심의하고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바로 불법 주정차 단속 의견진술 심의위원회다.
기존의 위원회는 주차관리과장, 주차관리팀장, 거주자주차팀장, 교통전문직(2명)으로 모두 공무원이다. 다섯 명의 위원들이 매달 여덟 번씩 모여 서면으로 심사를 한 뒤 ‘만장일치’로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위원회가 운영돼 왔다.
새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는 민간 위원 35명이 포함됐다. 교통, 주차 모니터링이 가능한 주민으로 각 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다. 이 중 4명이 사업자고 나머지는 주부(27명)이거나 무직자(4명)이다. 이해관계가 없는 주민들로 구성해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심의위원회 회의에는 공무원 3명, 민간위원 4명이 참여한다. 민간위원을 과반수이상 구성해 주민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수용율을 높이기 위해 의결 방법을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변경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심의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진술요지와 단속자료,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담당 팀장에게 듣기도 한다. 차량 고장임을 입증하기 위한 정비내역서 같은 첨부서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본다.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민원이 한 번에 150~200건 정도 된다.
‘전문 지식이 없는 민간위원들이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했던 우려와 달리 위원들 대부분이 “심의에 몇 번 참여해 보니 이제 진술요지만 딱 읽어 보면 부과할지 안할지 감이 온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처리 결과를 보면 민원인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되 보도, 모퉁이, 횡단보도 등 보행과 차량통행에 불편을 주는 사례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부과하고, 택배차량과 생계형차량, 주차장이 협소한 가게나 병원, 약국 앞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불법주차에 대해서는 주민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민간 위원들이 주민의 소리를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견진술 심의 결과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용율이 70%에서 80%로 높아져 과태료를 면제받는 주민이 늘어났다. 과태료 부과 결정을 받았더라도 민간위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됐다.
주차단속 민원, 주민 배심원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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