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육성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힘에 따라 남북 당국 간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북한에 제의했던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등의 개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러한 견지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 준비를 하는 동향이 포착되기는 했으나, 최고지도자가 직접 참가 의향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나아가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까지 제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공개 제의했으나, 북한은 반년 가까이 호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대북 대화 제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북측과 대화하게 된다면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조건 없이 논의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이 다른 회담을 제의해오더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남북 간 연락채널 복구 등 현 정부의 주요 현안에 대한 협상도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간접적 조건이야 물론 있지만, 대남 비판 수위가 아주 낮고 올림픽 참가 용의를 최고지도자가 직접 밝혔다는 점에 있어 전향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평창을 매개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탈출구를 대남 정책에서 찾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며 "북한이 넘긴 공이 정부가 기다렸던 내용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회담이 열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의 이러한 평화공세가 우리 정부에 숙제를 안겨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내비치며, 대신 남측에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그냥 보고만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한미동맹 균열, 정부 흔들기, 대미 압박술 정도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는 이 상황을 유리하게 끌 수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