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박원순(61)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사이버 공격 지시 내용이 담긴 양지회의 사이버동호회 내부 문건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양지회 전·현직 간부, 외곽팀장 등 10명에 대한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는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63)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노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기도 하다.
노씨는 검찰이 ‘양지 사이버동호회 사이버 동정’이라는 문건을 제시하면서 “알고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여기에 따르면 노씨는 2011년 9월25일 열린 총회에서 사이버동호회 신임 회장으로 임명됐다.
문건에는 2011년 10월14일 날짜로 ‘양사동 임원, 그룹장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도 포함됐다. 양사동은 ‘양지 사이버동호회’를 의미한다. 당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10월 26일)가 열리기 12일 전이다.
이때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쟁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로 압축된 상황이었다.
노씨는 문건에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회원들을 계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각 그룹장께서는 아래 범위를 고려하셔서 그룹원들에게 전달해 주시면 좋겠다”며 박 후보 비방 사이버 활동의 세부적인 방향을 알렸다.
노씨는 “현재 두 사람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했다”며 “공개적으로 언론에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화제를 삼으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학력 위조,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등 거짓말에 관하여’ ‘지상파 3사, 관훈클럽 토론회 등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제시했다.
검찰이 공개한 내용에는 ‘박원순’, ‘박 후보’ 등의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씨가 당시 삼을 만한 화제로 든 예시가 학력 위조 및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허위 논란이라는 점에서 박 시장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오세훈의 과거를 언급하며 정작 서울시장으로서의 대안 제시가 미약하다는 등이 좋겠다”라고 지시했다.
또 “반면 지만원씨 등 약간 과격한 표현이나 너무 깊이 들어간 내용들은 출처를 밝히고 가급적 가볍게 취급하는 게 좋겠다”며 “오히려 ‘나는 거짓말쟁이가 싫다라든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서울시장을…’ 이런 식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라고도 권했다.
노씨는 검찰이 “이런 내용을 (인터넷에) 전파하려고 한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동호회 임원끼리 간단히 차 한잔 하는 과정에서 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돼 회원들에게 선거활동 주의를 줘야 하니까, 특별히 조심하라는 취지로 메일을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검찰이 “’공개적으로 언론 나온 이야기들 화제 삼으면 좋을 것’이라는데 그건 (지금 말한) 취지와 다른 것 같다”고 압박하자 “아니다. 그 이상 과도하게 하지는 말라는 것”이라고 재차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노씨 등을 기소하면서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 취임 직후 퇴직직원 활용 특별지시를 내린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버동호회는 원 전 원장과 만난 전 양지회 회장 이모씨가 노씨에게 지시해 전격 창설됐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