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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한달]"위반사례 되면 어쩌나"…공무원들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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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한달]"위반사례 되면 어쩌나"…공무원들 조심 또 조심
  • 신다비 기자
  • 승인 2016.10.2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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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모 간부가 식사접대와 관련한 문자를 누군가에게 보내고 있다.

권익위에 유권해석 문의 바빠
머릿수 늘려 인당 접대 비용 축소 
저녁술자리 1차에서 끝내는 분위기 

"혹시라도 김영란법 위반 시범 케이스가 되면 어쩌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시행 꼭 한 달을 맞는 가운데 공무원들은 여전히 법에 어긋나진 않을까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김영란법은 전례가 없는데다 애매모호한 법조항이 많아 무심코 청탁하거나 금품을 지급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법을 어기면 무거운 댓가를 치러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부정청탁을 하거나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수준이 심하고 고의가 있으면 징계 최고 수위인 파면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 위반 시범 케이스가 되는 것이 두려운 공무원들은 법 운영주체인 국민권익위원회에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문의하기 바쁘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지난달 국정감사기간 권익위 공무원에 감사가 끝나고 출입기자에게 1만원짜리 식사를 사도 되느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무와 관련해 3만원 미만(1인당)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돌다리도 확실히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심정이다. 

단체가 한꺼번에 식당에 갈 경우 술과 음식을 접대하는 비용이 1인당 3만원을 넘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한 전략도 세운다. 식사를 간단히 주문하고 머릿수를 늘려 1인당 접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은 인원을 밖에 대기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퇴근했지만 청사와 인접해 있는 식당가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09.28

접대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점심식사는 고기나 회에 비해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내식당이나 밥과 찌게류를 주메뉴로 선보이는 식당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함께하는 '도시락 문화'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중앙부처의 또 다른 공무원은 "김영란법 테두리 안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부처 차원에서 설명이 필요한 정책을 한꺼번에 많은 언론을 대상으로 설명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도시락 수요가 늘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한 일부 고기집들은 도시락 메뉴를 추가로 내놓으며 활로를 찾고 있다.

저녁식사도 김영란법 시행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가벼워졌다. 법시행전 저녁식사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도, 참석하는 사람도 '술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다. 술잔을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식사자리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법시행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3만원내에서 허용되다보니 술잔이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가고 있다. 웬만하면 1차에서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급 인사는 "청탁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 시행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한다"면서 "다만 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잘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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