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14 12:02 (월)
엘리엇의 공세… 삼성, 지주사 '솔깃' 배당은 '고심'
상태바
엘리엇의 공세… 삼성, 지주사 '솔깃' 배당은 '고심'
  • 송경진 기자
  • 승인 2016.10.09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엇 목적은 주가·배당…"30조 배당 수용 어려울 것"

 헤지펀드 중에서도 죽은 시체를 먹는 독수리(벌처)에 빗댄 '벌처펀드'로 악명이 높은 엘리엇의 갑작스런 4가지 요구에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군'에서 '아군' 으로 갑자기 표정을 바꾼 엘리엇의 묘한 행보에 일단 삼성그룹의 주가는 상승했지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투기와 공격을 일삼아 온 엘리엇인 만큼 확실한 속내를 드러내기 전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선 1년전 엘리엇과의 전투 때 입은 상흔이 아직도 선연하지만, 우선 엘리엣의 서신 제안 내용에 대해 전면 거부, 부분 수용, 전면 수용 등 각각의 시나리오를 놓고 장단점을 찬찬히 비교하며 고심하고 있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지배 구조 개선 작업을 엘리엇이 높게 평가 부분은 삼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특히 삼성전자도 추진하려고 했던 방향인 만큼 수용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30조원의 특별배당과 미국 나스닥 상장, 3인 이상의 독립적인 이사 선임 등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삼성 입맛 맞춰 지배구조 명분 준 엘리엇 
 
외신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 ▲30조원의 특별배당 ▲나스닥 상장 ▲독립적인 3인의 사외이사 선임 등이다. 
 
일단 엘리엇이 가장 비중있게 제안한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 요구는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시키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 인적분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혀왔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그동안 삼성이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12.8%의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기에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분할하게 되면 지주회사는 이 자사주를 활용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KB투자증권 강선아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던 지배구조 변화와 일치하며 최대주주 입장에서도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 야당이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법이 통과되기 전에 전환해야 보유한 자사주 효과를 누릴 수 있다.
 
◇30兆 배당·나스닥 상장·독립 사외이사 3인 "수용 쉽지 않아"
 
 
이번 엘리엇의 행보가 삼성과의 윈윈(상생)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로만 보지 않는 이유는 다른 3가지 요구가 다소 무리한 내용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다른 의도가 숨겨진 고도의 책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엘리엇은 세계 각지를 돌며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회사를 뒤흔들고는 주가를 띄워 되팔거나 무리한 배당을 요구해 뽑아 먹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같은 행태는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뒤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다가 1조원 가량의 차익을 얻고 떠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분할 이후의 문제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30조원의 특별배당과 나스닥 상장, 독립적인 3인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엘리엇이 요구한 특별배당 규모와 배당률(15.1%)을 고려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보유현금 77조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30조원을 특별배당으로 풀라는 게 엘리엇 제안이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엘리엇의 요구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배당으로 외국계 주주들 입장에서는 시세차익과 배당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배당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도 "특수배당 30조원과 연간 FCF(잉여현금흐름)의 75% 주주환원정책은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23조원을 고려 시 다소 과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보다 확대하는 수준의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유진투자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엘리엇이 요구한 수준으로 배당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배당성향을 높이는 부분은 어느정도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인 나스닥 상장 요구도 쉽지 않은 내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삼성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시장에 상장해야 할 매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삼성전자가 나스닥으로 가게 될 경우 외국계 자본이 대거 이동, 국내 증시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Samsung Opco)와 지주회사(Samsung Holdco)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 사업회사(옵코)를 한국시장 외에 미국 나스닥에도 추가 상장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유진투자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삼성이 안정적으로 실적이 나오고 현금이 쌓이는 구조에서 굳이 나스닥에 상장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에 각각 3명씩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사외이사를 추가하는 제안은 3가지 중에서도 가장 수용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독립적인 이사 3인 선임이라는 요구는 지배구조 개선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향후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에 했던 것처럼 외국계 주주들을 설득하고 나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 측의 지분율이 17.26%, 외국인 지분율은 50%가 넘는 구조로 돼 있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이사회 내용은 삼성전자 자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라서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