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도 무기징역…檢 "사형 선고해달라" 항소

이른바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일곤(49)씨에 대해 항소심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1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차량 통행 문제로 앙심을 품고 살인계획을 세우다가 아무 관계 없는 무고한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했다"며 "그럼에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주장해 피해자 유족으로서는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고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심리위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흔히 얘기하는 싸이코패스에 해당된다"며 "재범의 위험성 등을 감안하면 엄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가장 중한 혐의인 강도살인을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다"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사회와 법질서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형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적인 형벌"이라며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정이 명백히 밝혀진 다음에 선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확정된 다른 사건에 비춰봤을 때 무기징역형으로도 재범 위험성을 없애고, 사회 격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날 김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과 같이 선고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김씨 측 변호인 등에 따르면 김씨는 변호인이나 전문심리위원과의 면담을 일체 거부하며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형만으로는 피해자와 유족의 분노와 고통, 두려움을 위로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음에도 사형을 선고해 달라며 검찰이 항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무기징역이 충분하다고 보고, 사형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사망 당시 35세·여)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차량 트렁크에 놔둔 채 불을 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결과 김씨는 주씨를 차량과 함께 납치해 끌고 다니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사고로 시비가 붙어 벌금형을 선고받자 앙심을 품고 살생부를 만든 뒤 복수극에 이용하기 위해서 주씨를 납치·살해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서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평생 잘못을 참회하면서 속죄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김씨는 "판단이 옳습니까. 사형을 주세요"라며 재판부를 향해 쏘아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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