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27)의 20대 마지막 올림픽이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로 막을 내렸다. 돌고 돌아 리우데자네이루 땅을 밟은 그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10일(현지시간)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박태환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를 포기하고 11일 조기 귀국한다.
당초 자유형 100m와 200m, 400m, 1500m에 나설 예정이었던 박태환은 초반부터 부진하자 결국, 마지막 레이스인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중학생 시절 나섰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빈손으로 꿈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박태환은 주 종목이자 자신에게 올림픽 챔프의 타이틀을 선사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3분45초63로 전체 50명 중 10위에 그치면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가장 자신 있던 자유형 400m에서 미끄러진 충격은 상당했다. 어렵게 맘을 추스른 뒤 출전한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00m에는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박태환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지난 3월에야 금지약물 사용으로 인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에서 벗어난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반대로 막판까지 숨죽이며 올림픽 출전 여부를 지켜봐야 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와 국내 법원에 판단을 구한 뒤에야 출전권을 확보한 시점은 지난 7월.
이에 앞서 호주에서 훈련을 했지만 답보상태인 미래를 떠올리며 정상적으로 물살을 가르기란 쉽지 않았다. 훈련 기간 또한 길지 않았다.
본인의 과오에서 시작된 18개월의 출전 정지는 박태환의 경기 감각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그가 세계 수영계에서 멀어진 사이, 그동안 몰랐던 신예들은 무섭게 성장했다. 예선부터 바뀐 트렌드는 모처럼 메이저 대회에 나선 박태환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아테네 대회를 제외한 박태환의 올림픽들은 화려함 그 자체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자유형 400m에서는 한국 수영 사상 첫 메달을 금색으로 장식했다. 서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유형 200m에서도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전 세계에 '마린보이'의 등장을 알렸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실격 파동의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유형 4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라이벌 쑨양과 100분의 1초도 같은 1분44초93으로 공동 은메달을 수상했다.
명예 회복을 꿈꿨던 이번 대회는 박태환의 가슴에 아픈 기억을 하나 더 심어줬다.
박태환은 "내 꿈이자 20대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이런 이야기들과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맘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4년 뒤 도쿄 올림픽은) 한국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대회다. 성적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든다"면서 2020년 다시 한 번 꿈의 무대에 도전할 뜻을 시사했다.
저작권자 © KUB우리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