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7)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태환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내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결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내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20대 마지막 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박태환은 '이번 대회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대회냐'는 질문에 "머나먼 일이기도 하지만 금방 올 것 같다. 도쿄에서 뛰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부터는 이번 대회처럼 준비하고 싶지는 않다"며 에둘러 출전 의사를 피력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리우보다는 환경이 좋을 것이다. 한국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대회"라면서 "성적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2004년 아테네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꿈의 무대에 입성한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를 거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화려할 줄 알았던 4번째 무대는 도전 과정부터 좋지 못했다.
2014년 9월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이로 인해 18개월을 고스란히 날리면서 세계 수영계의 중심에서 차츰 멀어졌다. 지난 3월2일 징계에서 벗어난 뒤에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들어 올림픽행을 저지하려는 대한체육회의 반대에 시달렸다.
"리우에 오기까지 '박태환 인생'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놓은 그는 "좋은 결과를 상상하면서 (훈련을) 했는데 아쉬운 부분들만 내비친 것 같아서 죄송하다. 내 꿈이자 20대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이런 이야기들과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맘이 안 좋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리 만무했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는 물론 자유형 200m와 1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09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생기는 피부 트러블도 리우에 와서 재발했다.
그는 "내가 여기 와서 많이 한 말들이 '아쉽다', '죄송합니다' 등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할수록 가벼워질까봐 답답하기도 했다"면서 "이제는 이런 단어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훈련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다시 나아갈 일들을 하는 것이 내 일인 것 같다"고 빨리 이번 올림픽을 잊고 미래를 향해 달리겠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 자신이 내민 손을 잡아줬던 토드 던컨(호주) 코치에게는 고마움을 전했다. 박태환은 "200m가 끝나고 던컨 코치가 '더 지원하지 못해 맘이 많이 쓰인다'고 하더라. 나는 '왜 미안해하냐'고 했다. 코치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울컥했다"고 소개했다.
자유형 1500m 출전권을 획득한 박태환이지만 리우에서의 레이스는 자유형 100m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던컨 코치의 반대 의사를 뿌리치고 자유형 100m에 나섰다고 전한 박태환은 "1500m는 나 또한 고민이 많이 된다. 1500m는 200m, 400m와는 워낙 다르기에 훈련을 같이 할 수가 없었다"면서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많이 되는데 포기는 절대 아니다. 1500m을 뛰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준비가 전혀 안 됐다. 레이스를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KUB우리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