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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고재호 전 사장, 연임 위해 '실적 뻥튀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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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고재호 전 사장, 연임 위해 '실적 뻥튀기'했나?
  • 정필재 기자
  • 승인 2015.07.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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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을 위한 의도적 뻥튀기인가, 조선업 특유의 회계 방법상 문제인가'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흑자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부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와 금융권은 16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을 위해 부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때 대우조선해양만 나 홀로 영업이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고 사장의 연임과 새로운 인물을 두고 고심해 왔다.

업계 역시 고 사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영업통인 고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끄는 3년 동안 회사의 실적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1759억원 ▲2013년 2419억원 ▲2014년 3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매년 흑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수주실적은 149억 달러로 목표치인 145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수주잔고 493억 달러로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또 1980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한 순수 대우조선해양 출신인 점도 그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한 원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고 전 사장이 연임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손실 충당금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 전 사장 대신 정성립 STX조선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끌게 되면서 부실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정확한 부실 규모는 실사가 마무리 돼야 확인할 수 있지만 업계는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홀로 높은 실적을 내던 대우조선해양의 모습이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사례에서 보듯 경영진 교체 시점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건 조선업의 특징이지 최고경영자(CEO) 특별한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도 시점에 배 값 대부분을 받는 경우가 많고, 건조 기간 중 계약 변경이 잦게 일어나는 해양 플랜트의 특성상 이처럼 실적을 뒤늦게 회계 처리하는 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황 악화로 선박 인도 시기가 지연되고 있어 손실규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증공업의 상황은 비슷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산은 출신이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는데 사장이 혼자 의도적으로 부실 반영을 미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진실은 채권단의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인 없는 회사여서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 자체가 '분식회계"라고 꼬집었다.

한편 고 전 사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8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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