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주차 개봉영화 2편과 주요 영화 간단평.
◇즐겨요…'극비수사'(감독 곽경택)
'극비수사'는 관객이 한국 스릴러영화의 무의미한 자극과 반전에 지쳐갈 때쯤 나온 '착하고 따뜻한 스릴러'다. '착하고 따뜻하다'는 건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의 표현. 주연을 맡은 배우 김윤석의 "닭백숙 같은 영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적절한 표현이다. '극비수사'는 굳이 장르를 구분짓자면 '가족 스릴러'로 부를 수 있다. 방점은 '가족'에 찍힌다. 뛰어난 영화도 아니고, 세련된 영화도 아니다. 적절한 긴장감과 적절한 유머, 좋은 연기가 잘 어우러진 평범한 작품이다.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기분 좋게 극장에서 나올 수는 있다.
◇아니올시다…'베스트 오브 미'(감독 마이클 호프먼)
영화는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남녀가 20년 만에 다시 만나 여전히 상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수십 번은 봤던 90년대 스타일의 사랑 이야기가 다시 한 번 펼쳐진다.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건 극 안에 멜로 드라마의 클리셰를 '모두' 끌어다가 집어넣어 놨다는 점이다. 장르의 통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니, 그 익숙함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글쎄…할 말이 없다.
◇아니올시다…'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
1993년 '쥬라기 공원' 첫 번째 작품 이후 이 시리즈는 이미 망가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했다. '쥬라기 월드'는 영화라기보다 125분짜리 정교한 공룡 동영상에 가깝다. 22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이제와서 반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그래픽이 날로 향상하는 시기에 이 정도 기술력에 압도당할 관객이 있기나 할까. 이 영화가 공룡이라면 좋아 죽는 삼둥이 대한·민국·만세를 겨냥한 영화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견제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아니올시다…'엘리펀트 송'(감독 찰스 비나메)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칸이 사랑한 천재'로 불리는 자비에 돌런 감독의 연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미'(2014) '로렌스 애니웨이'(2013) '하트 비트'(2010) 등 자신이 연출한 작품에서 돌런은 분명 천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배우 자비에 돌런은 천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자비에 돌런이 좋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연기 잘하는 척하는 연기를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영화 또한 스릴러로서 매력이 없다.
◇아니올시다…'샌 안드레아스'(감독 브래드 페이튼)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라는 말로 홍보되고 있다. 정확한 표현이다. 정말 모든 것이 무너진다. 댐이 무너지고, 고층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고, 안타깝게도 영화도 함께 무너진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가라면 반드시 피해가야 할 클리셰를 이 영화에 모두 집어넣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여러 번 뱉어낼지도 모른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를 본 관객이 이 영화의 특수효과에 특별함을 느낄지도 미지수다.
◇즐겨요…'스파이'(감독 폴 페이그)
'스파이' 포스터만 보면 마치 주드 로와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코믹 스파이물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멜리사 매커시 단독 주연의 정통 코미디물이다. 뚱뚱한 몸매 때문에 현장 요원이 될 수 없는 내근직 요원 수전 쿠퍼가 스파이로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러닝타임 내내 킥킥 대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작정하고 웃기는 제이슨 스태덤을 보고 있노라면, '트랜스포터'에서 보여준 그의 진지함이 우스워질지도 모른다.
◇엄지 척!…'매드 맥스: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
'분노의 질주:더 세븐'을 보고 자동차 액션의 끝을 봤다고 느꼈다면,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를 반드시 봐야 한다. 눈을 의심케하는 카체이싱이 상영 시간 내내 펼쳐진다. 사막을 질주하는 거대한 워머신(자동차)들이 내뿜는 화염과 황, 적, 흑, 백이 뒤엉키는 현란한 이미지를 다 보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릴 것이다. 묵직한 액션은 이 영화에 '세계 헤비급 액션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한다.
◇즐겨요…'트립 투 이탈리아'(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영국에서 활동하는 두 남자배우가 한 잡지사의 제안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국의 유명 배우 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이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을 연기했다. 두 남자는 이탈리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먹고 마시고 대화한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들의 시답지 않은 농담, 은근히 드러난 속마음, 부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뒤섞이며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남녀 관객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를 떠올릴 관객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