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금 명인 황병기(79)와 소설가 한말숙(84) 부부가 천주교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황병기·한말숙 부부의 세례성사는 23일 오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관 소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했다.
황병기는 아씨시의 성자 ‘프란치스코’, 한말숙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성녀 ‘헬레나’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두 부부는 세례명을 직접 선택했다.
황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는 뜻에서, 한씨는 고인이 된 모친의 세례명이 ‘헬레나’여서 이 세례명으로 영세(領洗)했다.
세례성사 대상자는 자신의 세례명을 평소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정할 수 있다. 평생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그 덕행을 본받으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황병기는 “오래 전부터 천주교에 호감이 있었다. 특별히 추기경에게 세례를 받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말숙은 “세상을 떠날 때 내 몸을 주님께 맡기기 위해 세례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병기의 대부(代父)로는 김만호(요셉)씨가, 한말숙의 대모(代母)는 유안진(글라라) 시인이 맡았다.
대부·대모는 세례성사를 받는 이와 영적 가족 관계를 맺고 신앙생활을 돕는 남녀 후견인을 통틀어 이른다.
한말숙은 서울주보 필진인 유안진 시인을 통해 가톨릭 신자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유안진 시인은 “한말숙 선생이 건강이 안 좋아서 매번 기도했는데 이렇게 먼저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해서 기뻤다”고 전했다.
이날 세례식에는 신달자(엘리사벳) 시인과 오정희(실비아) 작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주보 필진으로 활동했다. 염 추기경은 세례자들에게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십자고상과 교황 묵주를 선물로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