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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결산·뮤지컬 연극]구조적 위기 속 창작뮤지컬 등 희망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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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결산·뮤지컬 연극]구조적 위기 속 창작뮤지컬 등 희망 쏴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12.1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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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서울연극제 갈등 노출

 

▲고범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연출 왕용범)'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18세기 영국과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한 남자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공연은 8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07.01. bjko@newsis.com 2014-07-01

올해 뮤지컬·연극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뮤지컬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노출했고 연극계는 잇따라 곪았던 갈등이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는 직격탄이었다. 공연계 종사자들은 한동안 활동을 올스톱했다. 하지만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막판에 완성도 높은 뮤지컬이 잇따라 선보였다. 연극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수작을 선보였다.

◇뮤지컬 산업 위기 대두

지난 7월 29일이 신호탄이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이 시작 직전 취소됐다. 출연료와 임금 등이 정상적으로 지급이 안 돼 배우 등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 분야 침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드러나며 여러 곳에서 위기론이 대두했다.

올해 들어 예정됐다가 취소된 뮤지컬은 기대작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 등 10편 이상에 달한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일부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메이저 제작사 중 하나인 뮤지컬해븐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양대 뮤지컬 시상식 중 하나인 '한국뮤지컬대상'은 올해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19회를 빠짐없이 치러왔다. 다른 양대 시상식인 '더 뮤지컬 어워즈'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시상식 없이 수상자 명단만 발표했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 2014-08-12
뮤지컬 산업화의 선결과제로 꼽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역시 화두였다. 공연장에서 어떤 공연의 티켓이 얼마나 팔렸는지 집계, 기초데이터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면서 한국뮤지컬협회 일부와 '공연업계의 큰손' 인터파크(티켓판매 시장의 70% 이상 점유)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 내한공연 같이 높은 완성도에도 호응을 얻지 못한 작품도 나왔다.

◇배우들의 재발견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홍광호는 '꿈의 무대'인 영국 웨스트엔드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했다. 지난 5월 뮤지컬 '미스사이공' '투이' 역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가 출연 중인 '미스사이공'은 2015년 5월 초까지 런던 웨스트엔드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 무대에 오른다.

양준모는 내년 4월 도쿄의 1800석 규모 제국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연기한다. 현지 유명 극단 '시키' 출신이 아닌 한국 배우로 일본 무대에 진출한 뮤지컬배우는 양준모가 처음이다.

▲박문호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연출 노우성, 작곡 최종윤)" 언론공개에서 배우 박혜나가 열연하고 있다. 오는 2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은 19세기 말 런던 크리스마스이브에 영국 최고의 명문가 앤더슨가에서 두 발의 총성 후 사라진 '루시 존스'를 찾아달라고 의뢰를 받은 셜록홈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14.11.18. go2@newsis.com 2014-11-18
'숨어있던 보석' 박혜나는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 역의 목소리를 맡고 '렛잇고'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에는 뮤지컬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의 '제인 왓슨' 역으로 호평받고 있다.

기존 뮤지컬계 블루칩인 조승우·김준수·류정한 외에 '프랑켄슈타인'과 '더 데빌'의 한지상, '프랑켄슈타인과 '지킬앤하이드'의 박은태 등이 스타그룹에 가세했다. 중견 뮤지컬배우 이건명과 김법래는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스타로 등극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뮤지컬배우 매니지먼트·공연 스태프의 전문화

임태경과 김주원 등이 소속된 떼아뜨로와 탤런트 안재욱이 소속된 제이블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한 EA&C, PR 컨설팅 기업 프레인 글로벌의 자회사로 옥주현을 앞세운 포트럭, 김준수와 정선아를 보유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리사와 차지연을 영입한 알앤디웍스 등이 뮤지컬전문 매니지먼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지난 8월 K뮤지컬 아카데미를 개소했다. 창작진을 육성하는 뮤지컬 아카데미가 정식으로 개설된 것은 1966년 창작 뮤지컬의 효시 격인 '살짜기 옵서예'를 선보인 이래 처음이다. '한국영화 사관학교'로 통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동준 기자 = 김윤철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국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극단 운영개선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배우중심, 서사중심, 개념연극중심으로 국립극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14.02.17. photocdj@newsis.com 2014-02-17
이밖에 성 소수자를 다룬 뮤지컬·연극이 잇따라 선보인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뮤지컬은 '헤드윅'을 시작으로 '프리실라' '쓰릴미' '킹키부츠' '라카지' 등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연극 역시 '엠버터플라이' '프라이드'가 호응을 얻었다. 음악극 '두결한장' 역시 같은 성격의 작품이었다.

창작뮤지컬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충무아트홀이 제작한 '프랑켄슈타인'은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화제가 됐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를 엮은 '그날들'은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재공연도 호응을 얻으며 '레퍼토리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막판에는 라이선스 초연으로 한국 뮤지컬의 역량을 확인했다. 최근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킹키부츠'와 '원스'가 그 주인공이다.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CJ E&M 공연사업부문이 공동 제작한 '킹키부츠', 라이선스 획득 경쟁이 치열했으나 원 프로덕션에서 역으로 신시컴퍼니에게 제안한 '원스'는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이 비영어권으로는 첫 무대다.

◇국립극단·서울연극제를 놓고 갈등 노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윤철 교수가 지난 2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됐을 당시 연극계의 반발은 컸다. '비현장예술인'이라는 이유였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제 도입 이래 그 자리는 현장의 예술가 몫이었다. 잇따라 반대 성명이 나오고, 1인 시위까지 이어지자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연극계 원로들이 김윤철 예술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서울연극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지난달 '2015 제36회 서울연극제'를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의 정기대관 공모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키면서 사단이 났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이 두 개의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서울연극제의 주관·주최사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이 센터의 유인화 대표·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밖에 1세대 연극평론가 겸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기촌(耆村) 여석기 선생이 지난 6월 아흔둘의 나이로 타계했다. 사망 직전까지 현장을 지키며 존경받은 거목이다. 1970년 4월 잡지 '연극평론'을 창간한 고인은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 등을 맡으며 영미 희곡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고인의 업적을 기려 1996년 '여석기연극평론가상'을 제정, 매년 시상하며 연극 비평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탄생 450주년을 맞은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로 국내 공연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회장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 및 협회가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 공동추진위원장과 손을 잡고 대규모의 셰익스피어 문화축전을 조직했다. 국립극단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연극계는 공연계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수작을 냈다. '스테디 레인' '환도열차'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별무리' '즐거운 복희' '유도소년' '먼 데서 오는 여자'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박웅의 수상한 수업'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사회의 기둥들' '맨 프럼 어스' 등 명작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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