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8-17 16:16 (일)
재선 성공한 괌 주지사,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았다…왜?
상태바
재선 성공한 괌 주지사,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았다…왜?
  • 김정환 기자
  • 승인 2014.11.17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령 괌의 행정수반인 에디 칼보(53) 주지사가 6~7일 한국에 왔다 갔다.

앞서 4일 미국 중간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칼보 주지사는 64%의 득표율을 기록, 민주당 후보를 압도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괌 태생으로 5선 상원의원 출신인 칼보는 2011년부터 주지사를 맡아왔다. 1979~1983년 주지사를 지냈던 아버지 폴 칼보를 이어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부자 주지사’로도 화제를 모았다.

◇칼보 주지사 “한국 기업들, 괌에 투자하세요”

칼보 주지사가 재선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세일즈’다. 각종 인프라 건설과 주력산업인 관광업에 한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칼보 주지사의 방한을 진행한 괌퍼시픽개발공사(회장 지영모)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기지가 미국 정부의 해외 미군 전력 재배치 계획에 따라 괌으로 이전하면 현지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괌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괌 자치정부는 1조원 규모의 LNG 발전소와 신공항, 호텔, 아파트, 리조트, 워터파크, 쇼핑센터, 병원 등의 건설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칼보 주지사는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정부 관련 부처 고위인사들,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 기업인 등을 잇따라 만나 상호 관심사에 관해 논의하고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6일 한국에 온 뒤 방송통신위원회 이기주 상임위원(차관급)을 찾아 한국의 현지 방송채널 진출과 콘텐츠 교류, 괌의 기간시설 확충에 따른 방송통신 네트워크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칼보 주지사는 한국의 교육방송(EBS) 모델과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양측은 내년 초 이들 분야를 주제로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김희범 제1차관과 만나 한국과 괌 간 문화·레저·여행 교류에 협력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저녁에는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대규모 ‘괌 투자설명회’에 열고, 초청된 국내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정부 인사 등 100여 명에게 관광, 자원개발 등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7일 한국을 떠나기 전 칼보 주지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최경림 통상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괌의 발전소와 신공항을 비롯해 각종 인프라 건설에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괌, 천혜의 관광자원…낙후된 관광시설

괌은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최남단의 크고 작은 섬 15개로 이뤄졌다. 총 면적은 546㎢로 거제도와 비슷하다.

에메랄드빛 바다 속에는 산호 400여 종, 열대어 900여 종이 서식해 ‘천연 수족관’으로 불린다. 열대 기후에 속하지만, 낮 기온이 32℃ 이상이거나 밤 기온이 21℃ 이하인 경우가 거의 없어 쾌적하다. 늘 불어오는 북동 무역풍은 오염 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세계에서 공기가 깨끗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원주민 차모로족이 대대로 살아오던 이 섬은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1480~1521)이 세계일주 도중 발견하면서 유럽에 알려졌다. 1565년 레가스피(1505~1572)에게 정복되면서 약 333년에 걸친 스페인 지배가 시작됐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괌은 미국 땅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1년 일본에 점령을 당했으나 3년 뒤 미국이 재탈환했으며, 1950년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부여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역사의 결과로 현지에는 산타 아규에다 요새, 아가나 대성당, 스페인 광장 등 오랜 스페인 지배의 아픔이 깃들고, 태평양 전쟁의 상흔이 남은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산재한다,

괌의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괌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아픈 역사까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괌에 연간 전체 경제 활동 수익의 60%에 해당하는 14억 달러(1조5400억원)를 벌어주고 있으며, 거주민 1만8000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칼보 주지사는 이번 방한에서 관광객 유치 보다 관광 분야의 투자 유치에 더 치중했다. 실제로 괌 투자설명회에서도 괌 관광청이 중심이 돼 집중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괌의 관광객 유치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2012년 전체 관광객 수는 약 130만명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규모다.

이는 괌이 풍부한 관광 자원을 갖고 있긴 하지만, 호텔 등 시설은 낙후되고 관광자원에 대한 개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관광 관련 비용은 미국령답게 높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관광객도 일본인이 93만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18만명의 한국인이 뒤따르고 있다 각국 관광산업을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중국인도 8939명(이상 2012년 기준·괌 관광청 집계) 밖에 찾지 않았다.

괌은 앞으로 크루즈 관광, 고급 호텔 객실 증설 및 재투자, MICE(기업 회의, 포상 관광, 국제회의, 전시회) 분야 공략, 다양한 상품(디너 크루즈, 골프, 스카이다이빙, 비행 관광, 심해 낚시, 해양 스포츠 등) 개발 등을 통해 관광지로서의 낮은 현 이미지를 미국 하와이나 호주 수준까지 높여 오는 2020년까지 관광객 수를 175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괌이 기대하는 것은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다. 2012년 8939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 규모를 2020년까지 10만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외교, 국방, 이민 정책을 맡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국은 1990년 10월1일부로 무비자 입국 허용)할 경우 2020년 관광객 수가 35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괌 전체 관광객은 20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칼보 주지사는 투자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에게 “괌은 관광산업이 경제발전, 산업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오늘 양국 간 산업관계의 청사진을 제시하려고 왔다”면서 한국측의 관심과 투자를 요청했다.

◇괌 관광산업, 한국의 롯데그룹이 주도?

한국의 괌 관광산업 투자에는 롯데그룹이 앞장 서고 있다.

롯데호텔(대표 송용덕)은 4번째 해외 체인호텔인 ‘롯데호텔 괌’을 지난 6월30일 개관했다. 괌의 대표적 리조트 중 하나인 ‘오로라 리조트 앤 스파’를 임대, 지난 2013년 8월부터 전관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지상 18층 럭셔리 리조트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투몬만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총 222개 객실과 뷔페 레스토랑 등 3개 식음업장, 4개 연회장, 야외 수영장 및 스파, 채플, 테니스 코트, 피트니스 클럽 등을 갖췄다. 현지에 오랜만에 등장한 최신식 호텔이다.

괌 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자리하고, 대표적 관광 지구인 ‘플레저 아일랜드’, 주요 관광지인 ‘연인의 절벽’ 등과 가까워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에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호텔로서는 미국(령)에 진출한다는 상징성도 있고, 현지 호텔들이 매우 낙후돼 최신식 호텔을 오픈할 경우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오픈 이후 지금까지 괌 내 가장 새로운 호텔인 롯데호텔 괌을 찾은 투숙객은 약 2만5000명으로 다른 관광지처럼 최고급 호텔을 원했던 한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또 총지배인과 재경담당 직원 등 단 2명을 제외한 직원 213명이 모두 현지인들이어서 괌의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호텔 개관식에 직접 참석했던 칼보 주지사가 흡족해 하고 있을 대목이다.

호텔 뿐만 아니다. 지난 7월23일에는 롯데면세점(대표 이홍균)이 괌 국제공항에 롯데면세점을 문 열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면세전문 기업인 DFS를 제치고 2022년까지 괌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뒤 2000만 달러(약 219억원)를 투입해 완공했다.

‘괌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아예 ‘괌 게이트 웨이’라고 명명한 이 면세점은 약 2229㎡(675평) 공간에 주요 브랜드 매장과 푸드 코트 및 기타 시설이 들어섰다. 향수·화장품·패션잡화·시계·주류·담배 등 모든 품목을 취급한다.

특히 각양각색 수많은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거대한 수족관을 설치, 여행객들에게 쇼핑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365일 24시간 영업해 편의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원주민 차모로족에 대한 애정이다. 괌 게이트웨이의 한가운데 조성된 차모로 문화센터의 입구에는 그들이 집을 지을 때 사용하던 고유한 라떼스톤이 세워졌고, 차모로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인 물소(카라바오)의 실물 크기 모형도 볼 수 있다. 또 현지에서 제작된 공예품, 고유 과자 , 특산품 등도 팔아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롯데면세점은 매장 설계를 현지 디자인 회사와 건축사에게 맡겼으며, 현지인180여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롯데면세점 이홍균 대표는 개관식에서 “괌 국제공항에 세워진 우리 매장은 전세계 국제 공항에 있는 면세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쇼핑 경험을 안겨드릴 것이다. 괌 롯데 면세점은 앞으로 괌의 이미지를 높이고, 괌 국제공항에 경제적인 효과를 안겨주며, 괌 주민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약속했고 이를 잘 지켜나가고 있다. 역시 개관식장을 찾았던 칼보 주지사가 빙긋 웃기에 충분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