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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현대차 '건설' 앙금, 이번엔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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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현대차 '건설' 앙금, 이번엔 풀릴까?
  • 김훈기 기자
  • 승인 2011.12.30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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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7.7% 해결 남아
▲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사진전에서 사진 관람을 마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29일 현대차그룹을 향해 또 다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일단 현대차도 애써 뿌리치지 않고 맞잡는 모양새여서 진정성 있는 화해가 펼쳐질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재계 최대 이슈였던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감정싸움을 벌이며 소송을 불사할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발단은 현대그룹이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외환은행(채권단 주관기관)에 이행보증금을 냈지만,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조달한 1조2000억원의 인수자금 성격을 두고 논란을 빚다 결국 우선협상자 지위를 현대차그룹에 내주면서부터다.

당시 하루에도 여러 번씩 입장자료를 낼 정도로 공개적인 비방전이 이어졌고,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언론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미 고소인조사까지 마쳤다.

같은 시기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명예(신용)훼손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입찰규정을 어기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그룹의 소송이 이어지자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11월30일 맞고소를 하기에 이른다.

당시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내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 현대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며 현대차 임원을 고소한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시숙관계인 현정은 회장과 정몽구 회장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고, 실제로 범현대가의 제사 등에서 두 회장이 만남을 가졌지만 어색한 모습만 연출했다.

갈수록 불신의 골이 깊어지던 두 그룹 사이에 화해 무드가 꽃피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의 결혼이었다.

당시 현대그룹은 결혼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명예(신용)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한 것이다. 이 일로 현대가에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을 위시한 범현대가 인사들이 정 전무의 결혼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정몽구 회장도 화환을 보내 조카의 결혼을 축하했다. 오랜만에 범 현대가에 온기가 퍼진 것이다.

이후 두 그룹의 앙금으로 남아있던 형사소송까지 현대그룹이 모두 취하하면서 화해 무드의 정점을 찍은 것이다. 남은 것은 현대차가 제기한 소송뿐이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그룹의 소송 취하를 계기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소송 취하에 대해 "현대그룹의 고소취하를 환영한다"며 "현대차그룹도 현대그룹에 대한 고소를 빠른 시일 안에 취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두 그룹 사이에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앞으로 상호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아무 조건 없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로서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두 그룹의 소송전은 현대차의 소 취하가 뒤따를 경우 완전히 해소된다. 그동안 쌓인 앙금도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지분 문제, 숙제로 남아

하지만 소송전을 풀었다고 해서 완전히 걸림돌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부터 현대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 지분 7.71%를 갖고 있다. 이 지분탓에 현대그룹이 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현대차그룹으로 현대건설이 넘어갈 경우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문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이는 별개의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3월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故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 매각과 관련해 "그런 거 안 한다. 그런 유치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당시 김봉경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지금으로서는 현대상선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것은 안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회장께 다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팔지도 않을 것이고 현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 회장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과 우호세력을 더해 현대상선 지분을 42.6%를 갖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현대가는 현대상선 지분 29.2%를 갖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지분 7.7%를 더하면 36.9%까지 올라간다.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2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현 회장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위협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3월 현대상선이 우선주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해 주총에 안건을 상정했지만 현대중공업과 KCC,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현대상선은 선박 투자 등 자금 확보를 위해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행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려 했다. 논쟁 끝에 표결에 붙여졌지만 찬성이 참석 의결 주식 3분의2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당시 주총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측은 "보통주 발행한도가 1억2000만주에 달해 3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데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반대했다. 현대백화점 측도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더 이상의 자금 확대 안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정관변경안에 반대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넘기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 취하 과정에서 이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소송 취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공통된 언급이다. 일부에서 이를 두고 물밑작업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지분 문제는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우선 소송 취하 여부를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상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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