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고립돼 밖으로 나오지 않고 대부분 집과 방에만 머무는 ‘은둔 청년’이 2024년 기준 53만 7,863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24년 기준 연간 5조 2,87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손실을 넘어, 한 세대의 일부가 이탈하도록 우리 사회가 방치한 대가라는 점에서 결단코 가볍게 보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회적 문제다. 청년들은 직업이 없을수록, 구직 활동이 길어질수록 은둔(隱遁)할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청년 구직난이 심화할수록 사회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리는 ‘은둔 청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은둔 청년’의 취업을 돕는 맞춤형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5일 한국경제인협회(백원우 연구위원)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김성아 연구위원)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청년 은둔화의 결정 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은둔 청년은 53만 7,863명으로 청년층의 인구 1,040만 3,543명의 5.16%를 차지했고, 성별로는 남성(59.9%) 비율이 여성(40.1%)보다 높다. 연령별로는 25~34세가 66.6%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은둔 청년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24년 기준 5조 2,87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1월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봐도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2025년 기준 41만 1,000명에 달하며 30∼3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31만 6,000명에 달해 15∼3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무려 72만 7,000명에 달해 전체 ‘쉬었음’ 인구 264만 9,000명의 27.4%에 이른다.
이번에 조사된 ‘청년 은둔화의 결정 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서 정의한 ‘은둔 청년’은 임신·출산·장애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타인과 유의미한 관계가 단절돼 있고 물리적으로 집이나 방 밖으로 잘 외출하지 않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만 19~34세 청년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은둔 청년’ 규모와 상세 실태를 분석했다. 이들 ‘은둔 청년’의 30% 이상은 은둔 이유로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라고 꼽았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정착하는 시기의 ‘취업 좌절’이 은둔의 핵심 배경이란 얘기다. 실제 ‘은둔 청년’ 중 취업자 비율은 36.9%로, 비(非) 은둔 청년 중 취업자 비율(72.2%)의 절반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임금 근로자인 ‘은둔 청년’은 비 은둔 청년에 견줘 상용직 비율이 낮고 임시직·일용직 비율은 높아 일자리의 질도 상대적으로 낮다.”라고 짚었다.
또한 이들 생산성 손실분과 각종 복지 지출을 합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인당 연 983만 원, 총 5조 3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생기는 생산성 비용(947만 2,000원)이 가장 많았다. 고용보험(실업급여·구직 촉진 수당), 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등의 정책 비용(35만 8,000원)도 발생했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은둔 상태에 빠진 가장 큰 이유로 ‘취업난’을 지목했다. 미취업 상태가 청년층의 은둔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취업이 되지 않아서’ 은둔 상태가 됐다는 비율은 남녀 모두 증가했다. 2022년 ‘은둔 청년’ 중 여성 35.6%, 남성 34.6%가 취업 문제를 은둔의 원인으로 봤는데 2024년에는 여성이 44.4%, 남성이 38.8%로 각각 증가했다.
무엇보다 생산·구직 활동을 아예 하지 않고 쉬는 청년과 구직 기간 1개월 내외인 실업 초기 청년들의 은둔 확률이 각각 17.8%, 15.1%로 취업 청년(2.7%)보다 최대 6∼7배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업 청년들의 은둔 확률은 구직 1개월 차에 15.1%에서 14개월 차 24.1%, 42개월 시점엔 50.2%로 훌쩍 올라갔다. 30대 은둔 청년의 비율도 높아졌다. 2022년 ‘은둔 청년’ 비율은 19~24세 39.1%, 25~29세 39.0%, 30~34세 21.9%였는데 2024년에는 19~24세 33.2%, 25~29세 38.2%로 각각 낮아졌지만 30~34세(28.6%)는 오히려 6.7%포인트나 높아졌다. 취업난으로 직업을 가지지 못하거나 구직 포기 상태가 지속돼 은둔화(隱遁化)가 더욱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경제적 비용의 금액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고립이 개인의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은둔으로 이행될 위험성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확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3년 반을 넘기면 50%에 이른다. 이는 청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연결이 끊어지는 구조적 위험을 보여준다는데 심각성을 더한다. 구직 실패가 반복될수록 청년들의 무기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약 53만 7,863명으로 추산되는 ‘고립·은둔 청년’들은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끝내 사회와 단절을 택한다. 잠시 쉬는 시간이 회복의 시간이 아니라 고립의 입구가 된다면 사회적으로는 물론 당해 개인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의 ‘높은 눈높이’를 ‘쉬었음’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은 이런 통념이 편견임을 입증한다. 쉬고 있는 청년의 기대 임금은 구직 청년과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중소기업 취업 희망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결국 이들이 쉬는 이유는 과도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반복된 실패 속에 절망과 낙망을 거듭하면서 발을 디딜 기회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미취업이 장기화하면서 구직이 중단되고,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됐다가 결국 ‘은둔 청년’으로 이어지고 있는 마(魔)의 고리에 묶인 형국이다. 보호시설을 떠나는 자립 준비 청년들이 고립의 위험선에 놓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연결 단절’이다. 정부가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약 668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한 진로 탐색,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시행한 결과 참여 청년들의 은둔 성향이 12.3% 감소하는 등 변화를 보였음은 좋은 선례가 아닐 수 없다.
연구진은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은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투자가 될 수 있다.”라며 “사후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에서 고립과 은둔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조기에 끊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쉬었음’ 단계에서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고도화, ▷취업형 일 경험 지원, ▷직장 적응 지원 등이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고립·은둔’ 단계에서는 ▷밀착 사례관리와 전담 조직 확대, ▷공동생활을 통한 일상 루틴 형성과 관계 형성 연습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 사업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23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로 인해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이 이보다 훨씬 큰 만큼 맞춤형 지원을 늘리자는 주장으로 결단코 이를 허투루 들을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은둔 이후의 개입은 비용도 더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그만큼 회복도 더디고 어렵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은둔 이후의 사후 관리가 아니라 ‘쉬었음’ 단계에서의 조기 선제 개입에 맞춰져야만 한다. 청년들이 ‘쉬었음’ 단계에서부터 고립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와의 연결 끈을 촘촘하고 단단히 유지하는 것이 최대의 급선무(急先務)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청년 도전 지원사업이나 직장 적응 지원 같은 정책은 단순한 취업 대책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든든한 안전망(安全網)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 필요한 대책은 청년이 혼자가 되어 사회적 미아가 되기 전에, 제도와 사회가 먼저 곁에 남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주는 것뿐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최상의 예방책이자 첩경(捷徑)임을 각별 유념하고 ‘은둔’의 고리를 끊는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