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증거 수집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담'도
경찰청이 이달 말부터 지역경찰·교통경찰·기동순찰대에 '바디캠' 1만4000대를 순차 도입한다. 체포 등 물리력이 수반될 때에는 적극 촬영을 권고하면서 현장 영상 증거 수집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대응 과정이 영상 기록으로 남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 인천, 경기남·북경찰청 6254대 도입을 시작으로 시도청에 총 1만4000대의 경찰바디캠이 도입된다. 내달 4일 대전, 세종, 충남·북경찰청에 1274대, 12일 광주, 전남·북, 강원, 제주경찰청에 2378대, 18일 부산, 대구, 울산, 경남·북경찰청에 3379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경찰바디캠 운영 지침'에서 바디캠 도입에 따른 착용·촬영 등 기기 사용 및 기록물 관리 전 단계에 걸친 필수 준수사항 등을 규정했다. 근무시 경찰바디캠을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경찰관 직무집행법 상의 사용요건을 준수해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체포 등 물리력 사용이 수반될 경우에는 적극 촬영을 권고했다.
경찰바디캠은 8시간 가량의 영상을 끊김 없이 촬영할 수 있으며, 촬영 없이 대기하는 경우에는 36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촬영 영상은 물리력 사용, 주취자 보호, 공무집행방해 등 구체적 상황별로 분류돼 단말에 저장된다. 경찰관은 바디캠 디스플레이를 통해 12시간 동안 촬영 영상을 확인할 수 있으나, 편집이나 삭제는 불가능하다.
영상은 서버에 전송되면 30일 간 보관된다. 다만 민원인 요청이나 수사 중인 사안 등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최대 18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사건 당사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비식별화 처리된 영상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가지 바디캠은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범운형을 실시했으나 사생활 침해, 영상 유출 등 문제로 2022년 지급을 중단했다. 때문에 현장에서 바디캠이 필요한 일선 경찰관은 개인 비용으로 구매해 사용해야 했는데, 이번 공식 경찰바디캠 도입으로 개인 장치는 사용이 금지된다.
바디캠 도입에 지난 번과 같은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을 증거로 남길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대응 과정이 영상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각종 절차 준수 여부를 일일이 들여다보게 되면 오히려 소극적인 대응을 하게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관내 일선서에 근무하는 A경정은 "완벽한 법 집행을 기대하는데 경찰도 사실은 사람이지 않냐.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찍는다고 생각하면 누가 편안하겠느냐"며 "우리 입장에서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싸우는 경우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A경정은 "당당하게 (공무집행)하려면 (법이) 뒷받침돼줘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불리한 것도 있다"며 "우리가 업어치기를 하고 넘어뜨리면서도 머리는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당겨줘야 한다. 따질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같은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보는 시각과 현장 경험을 한 경찰이 보는 시각은 차이가 생길 수 있어 그런 부담이 있는 것 같다"며 "물론 공무원의 숙명이긴 하지만 부담이 된다"고 했다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B경사도 "출동 현장은 급박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촬영된 영상을 통해 내 말과 행동을 일일이 검사받는 기분일 것 같다"며 "부담스러워 착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시도청별로 경찰바디캠 관련 법령·지침·매뉴얼 등을 교육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반응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경찰이 이동형 기기를 임의적으로 사용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11일까지 예정됐던 시도청별 순회 교육을 내달 중순까지 연장해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서는 필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소속 경찰관들은 '촬영 중'이라고 적힌 바디캠을 착용한 채 순찰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 사항들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