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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사회적 합의 없는 정년 연장, 청년층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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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사회적 합의 없는 정년 연장, 청년층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져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10.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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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와 여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2일 발족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는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늘려 2041년에는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저출산·고령화로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가 20년 뒤엔 80%, 50년 뒤엔 45%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2025~2029년 1.8%에서 2040~2044년 0.7%까지 지속 하락할 것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 필요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현행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돼 은퇴 후 소득 공백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렇듯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이를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65세 정년 연장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재고용 제도를 병행한다는 구상이지만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8건이나 발의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명시한 만큼 여당 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직무와 관계없이 근속기간만 길어지게 되면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유지한 채 법정 정년만 연장돼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 조정에 무능했던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중재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튼실한 결실을 일궈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같은 완충장치 없이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는 방식은 숱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60살 이후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방안은 크게 정년 연장과 재고용으로 나뉜다. 재고용은 직무와 근로조건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정년 연장 관련 법안들 대부분이 현행법에서도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없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대부분인 현행 구조에서 정년만 강제로 연장하게 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여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임금 삭감 없이 정년만 근로자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60∼64세의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이 연간 최대 30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0월 2일 공개한‘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1년 차에 60세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이 연장되면 추가 고용되는 규모는 5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고, 도입 5년 차에는 60∼64세 모든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 연장 적용 대상이 돼 추가 고용 규모가 59만 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져 세대 간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의무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5∼59세 근로자는 8만 명 증가(1.8% 포인트↑)하는 반면 23∼27세 근로자는 11만 명 감소(6.9% 포인트↓)했다.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채용은 1.5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는 단순 물리적·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층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져 미래 세대의 좌절감만 더 키우고, 혜택도 대기업과 정규직 등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간 상생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민은 각자도생으로 노후를 맞아야 한다. 기업 여건에 따른 격차도 더 크게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면 노동계와 경영계를 중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만 할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줄이려면 정년 연장에 앞서 고용 방식 다양화 등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서둘러 성과급제로 바꿔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를 지켜야만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직무급제 기반의 보수체계로의 개편과 각계각층의 다층적·다각적·복합적 사회적 합의가 선행 또는 동시에 이뤄져야 만 실현이 가능함을 각별 유념하여 총력을 경주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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