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삭제 없이는 회고록 출판금지" 명령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가 펴 낸 회고록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향한 모욕적인 표현을 적었다고 봤다.
전씨 측의 상고 제기 약 3년 4개월, 오월단체의 첫 소송 제기 약 8년 7개월 만에 나온 최종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일 5·18 기념재단,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구속부상자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이상 오월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출판자인 장남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앞서 2심이 진행되던 2021년 11월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전씨의 소송 자격을 이어 받은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전씨가 오월단체들과 조영대 신부에게 위자료 총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단체별로 각 1500만원씩, 조 신부에게 1000만원이다.
2심에서 선고된 전씨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초판 및 2판의 출판금지명령도 확정됐다. 전씨 측은 앞으로 2심에서 지적한 일부 내용을 삭제하지 않으면 회고록의 출판과 발행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 결정이다.
대법은 전씨가 회고록을 통해 서술한 일부 내용이 단순한 의견 표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전씨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는 ▲남파된 북한군, 공작원, 특수요원들이 시위에 참여하여 이를 격화 시켰다 ▲당시 계엄군의 헬기를 이용한 사격은 없었다 ▲당시 시민들이 먼저 무장을 했기 때문에 계엄군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대법은 이 같은 내용들이 법원 판결과 과거사 진상 노력의 결과 "모두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각 표현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로 인해 원고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봐야 한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회고록이 오월단체들의 명칭을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과 반대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무리'를 여러 차례 지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씨가 회고록에 적은 조비오 신부를 향한 표현도 "모욕적 표현으로 조 신부를 경멸했다"고 판시했다.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 측을 상대로 배상을 구하고 회고록 출판 금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봤다.
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일컬어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전씨 측은 회고록의 내용이 공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즉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은 "전두환 등이 그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은 장남 전씨 등이 증명해야 한다"며 "증거들만으로는 적시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씨의 회고록은 지난 2017년 4월 출간된 직후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오월단체들과 조 신부의 유족들은 그해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 해 6월에는 회고록의 판매와 배포를 막아달라는 가처분과 함께 손해배상·출판금지를 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전씨 측은 2017년 8월 1심 법원의 1차 가처분 인용 이후인 같은 해 10월 회고록 1권 초판 일부 내용을 검은색으로 칠해 가린 1권 2판을 출간해 배포했다.
오월단체들은 회고록 2판에 담겨 있는 추가 허위 사실 40여건을 찾아내 2차 손해배상 및 출판금지 소송을 냈고, 1·2차 소송이 병합돼 심리가 이어져 왔다.
전씨 측은 2차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2018년 5월 이후 회고록을 다시 출간하지 않았다.
한편 회고록을 통해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진행되던 전씨의 형사 재판은 그가 사망하며 2022년 1월 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