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고용 한파가 눈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올해 1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2,787만 8,000명 대비 10만 8,000명이나 늘어난 2,798만 6,000명으로 13개월 만에 최소 폭 증가에 그쳤다. 1월의 기후적 특성상 추운 날씨에 고령층 취업이 한시적으로 위축된 영향이라지만 심각한 문제는 장기화하는 청년층의 고용 한파에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층이 마주한 가혹한 고용 현실을 극명(克明)하게 보여준다. 올해 1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43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360만 9,000명 대비 17만 5,000명이나 급감하며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률도 43.6%로 전년 동월 44.8%보다 1.2%포인트 추락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겪던 2021년 1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30대(30∼39세)와 50대(50∼59세)는 취업자 수가 1년 새(2025년 1월 → 2026년 1월) 각각 10만 1,000명(546만 7,000명 → 556만 8,000명), 4만 5,000명(661만 3,000명 → 665만 8,000명)이나 증가했다. 노동시장에서 경험이 축적된 ‘허리 세대(한 사회의 중심이 되는 세대 │ 30~40대)’의 비중이 커진 데 반해, 청년 고용시장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은 무너지는 상황임이 여실(如實)해 보인다. 기업들이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다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직을 AI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고용시장에서 청년층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변화가 명징(明徵)해 보인다. 무엇보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 8,000명 줄었다.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 중에서도 회계·법률·세무·특허 등 전문 서비스 분야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전문 서비스는 변호사·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아우른다. 최근 이들 분야에서는 AI 기반 업무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용 위축이 목도(目睹)되고 있다. 지난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1,2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신입 채용 감소로 실무 수습처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회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3일 발표한 ‘회계사 수습 기관 운영 현황 및 개선 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5년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1,200명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실무 수습 기관에 등록한 인원은 338명으로 전체의 26%에 그쳤다. 이 같은 변화는 전문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교열 등 AI에 노출된 업종 대다수에서 청년 고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 1,000개 중 AI 발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는 98.6%인 20만 8,000개에 달했다.
‘AI 대전환(AI Transformation)’의 AX 시대의 ‘일자리 쇼크’는 이미 전 세계 노동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10만 명 이상의 감원 태풍이 불었다. 1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아마존(Amazon)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 등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력 감축 요인이 생긴 데다 향후 AI 경쟁에 대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AI로 인한 인적 구조조정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 내 AI가 선진국 일자리의 60%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결단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1월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Bloomberg)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사무직 1만 6,000명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만 4,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해고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로 최근 3개월간 아마존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3만 명으로 늘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원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프라임 비디오 부문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AI 도입으로 미국 대형 물류업체 UPS도 최대 3만 명의 추가 감원과 시설 폐쇄에 나선다. 이번에는 소포 처리 및 배송 업무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최대 고객’ 아마존과의 파트너십 종료로 구조조정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 나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관리직 1만 4,000명과 현장 운영직 3만 4,000명 등 총 4만 8,000명을 감원하고, 시설 93개를 폐쇄한 바 있다. 이렇듯 노동 경직성으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의 일자리는 AI·로봇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앞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강력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때문에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정년까지 해고하기 어렵고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묶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도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규 인력 채용이 큰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 현장의 로봇 밀집도가 세계 1위인 것은 노동 경직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세계 로보티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은 세계 4위 로봇 시장이다. 재작년 기준 한국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3만 596대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3% 성장했다. 한국의 제조 현장 로봇 밀집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2023년 기준 세계 1위다. ‘AI 대전환(AX)’ 시대에 고용 한파를 넘어서려면 노동 유연화 개혁이 필수이자 급선무(急先務)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고용 안정성도 중요한데, 전체적인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고용 유연성에 대해서도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계와 노동계가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지만, 사실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니까 신규 고용은 하청을 주거나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고용 경직성 탓에 조선업계가 불황 사이클에 대비해 신규 고용에 나서기 어렵다는 언급에 이어 나왔다. 청와대 주도의 ‘범부처 노동 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도 가동 중이다. 대통령이 고용 유연화에 앞장선 것은 반길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실행력이 관건(關鍵)이다. 생산성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노동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되,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와 임금체계 개편, 근로 시간 유연화 등에 초점과 방점을 둔 고강도 개혁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탄력·선택 근로제 등으로 고용이 유연해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기업도 부담 없이 고용을 늘릴 수 있다. 노동자의 일자리 선택지도 당연히 넓어지기 마련이다.
아직 AI 발 고용 감소가 추세적 현상인지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예의 주시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변화의 흐름이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최근에는 AI 기술 급진전으로 개발자 수요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생산직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Humanoid │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를 2028년부터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자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도도(滔滔)한 흐름임을 선명(宣明)하게 보여준다. 19세기 영국에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결국은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듯 ‘AI 혁명’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조류(潮流)다. 청년의 취업과 경력이 끊기면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정부는 청년들의 절망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고용 혁신에 서둘러 적극적·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산업 변화에 따른 인력 수급 계획도 달라져야만 한다. 근로자의 재교육·전환 훈련 강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급선무(急先務)임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