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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오락가락에 대출은 갈팡질팡, 풍선효과 막고 공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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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오락가락에 대출은 갈팡질팡, 풍선효과 막고 공급 늘려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3.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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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 집값을 들쑤신 2·13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가 졸속 시행 한 달 만에 번복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여 재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기조도 덩달아 급선회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은행에 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하던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 우려를 들어 대출 규제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재빨리 주택담보대출의 빗장을 걸기 시작했고, 대출 금리 인하 분위기도 사라졌다. 오락가락 헛발질 정책 탓에 정부 당국을 믿고 거래에 나섰던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지난 2월 13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승인했다가 아파트값이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급등하는 등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서울시가 급기야 지난 3월 19일 고육책으로 내놓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유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조건부 전세대출이 속속 중단되고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를 이용한 ‘갭(Gap│전세를 낀 주택매입)투자’가 금지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지난 3월 24일부터 9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 시행됐기 때문이다. 대상 가구는 2200여 개 단지 총 40여만 가구에 이르고 서울시 전체 면적의 27%에 달한다.

지난 3월 19일 금융당국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대출 관리 강화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집값이 하향 안정화됐다고 토지거래허가제를 완화했던 서울시는 집값이 과열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규제를 외려 더 강화했다. 가계 부담 해소를 위해 금리를 낮추라던 금융당국은 투기를 잡아야 한다며 금리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애초 해제를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불과 한 달 만에 한 입으로 두말을 한 졸속 행정의 전형(典型)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의 오락가락 주문에 시중은행도 덩달아 갈팡질팡에 대출 기준도 제각각 달라 대출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출 규제가 함께 강화되는 바람에 이미 집을 매수한 계약자들의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고, 매수 예정자들도 속속 계약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시장 안정은 중요한 정책 목표이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와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집값 급등세를 서둘러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갭투자를 금지하고 실제로 입주해 사는 경우에만 집을 매수할 수 있게 된 만큼 일단 거래량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집값을 바로잡는 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가계부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바꿔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잦았다. 집값 안정과 경기 대응, 가계부채 관리와 내수 활성화 사이에서 뚜렷한 방향 제시 없이 정책 기조가 널을 뛰었고 저금리 정책대출을 확대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시점을 늦추다가 대출이 급증하면 갑자기 대출 조이기에 나섰고 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동시에 대출 총량은 줄이라는 스스로 모순적인 주문까지 하는 등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 헛발질이 유독 자주 반복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기가 안 좋아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인데 오히려 돈 빌리는 게 더 어려워지고 금리까지 높아진다면 그 자체가 모순일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 효과도 사라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무엇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진 주변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심히 우려된다. 벌써 강남 3구 인근 지역인 강동구 그리고 용산구와 맞붙어 있는 마포·성동구의 아파트 호가(呼價)가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유동성 움직임은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유연한 선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은 지난 3월 24일부터 체결된 신규 매매 계약분부터 적용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기존 계약자들도 규제 영향권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다(多)주택자·갭(Gap)투자자 관련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중은행들은 유주택자들의 주택매입 목적 대출과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신규 취급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토지거래허가제 발표 이전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 전세대출 등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마저 제때 치르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에 봉착할 수도 있다. 2~3년 후 갈아타기를 위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려던 갭(Gap)투자 1주택자들도 주택 매수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신규 분양 주택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지방 미분양 주택담보대출에는 지금처럼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지만, 이미 수도권 신규 분양 주택을 담보로 디딤돌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어 무주택 서민의 주택매입 지원 혜택이 줄어든 셈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가 ‘디딤돌 대출’이나 ‘버팀목(전세) 대출’을 신청할 때 만기까지 받았던 0.3%포인트 우대금리도 디딤돌 대출은 5년, 버팀목 대출은 4년으로 각각 줄어든다. 정부는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으면,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금리도 추가로 인상할 방침이어서 시장은 얼어붙고 무주택 서민들의 가슴은 타고 있다.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수시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넘어 좌충우돌(左衝右突) 벌집을 쑤시듯 건드려만 대니 정책은 신뢰를 잃었고, 시장은 내성(耐性)만 키워 이젠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轉落)했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거친 규제를 쏟아내는 것은 외려 심각한 부작용만 양산한다. 은행에 대한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하거나 내리는 무리한 금리 압박으로 시장금리를 왜곡해서도 결단코 안 된다.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투기꾼으로 취급되는 일도 당연히 없어져야만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일주일 새 1조 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 3월 21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조4577억원이나 증가했다. 주 단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이달 3주 차(17~21일)에만 1조786억원이나 늘었다. 2주 차까지 늘어난 금액은 3791억원에 그쳤는데 이달 중순부터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91.7%로 38개국 중 캐나다(100.6%)에 이어 세계 2위인 가계부채는 1807조원으로 점점 커지기만 하고, 서울 집값도 잡힐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와중에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부실채권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조8000억원에 달한다. 직전 분기 대비 3000억원 늘어난 규모이며 4년 반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3월 20일 발표한 2025년 3월 3주(3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상승 폭(0.20%→0.25%)은 0.05% 포인트 확대했다. 봄철 이사수요와 금리 인하기가 겹친 시기에는 대출 규제가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각별하게 잘 살펴야만 한다. 무엇보다 집값을 올린 근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꼼꼼한 시장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일만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뜨거운 물과 찬물을 번갈아 트는 식의 널뛰기식 대응을 시카고대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라고 했다. 이제는 이런 바보같이 대응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이젠 그만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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