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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서 치료받던 5살 여아 숨져…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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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서 치료받던 5살 여아 숨져…경찰 수사
  • 박성환 장성주 기자
  • 승인 2014.03.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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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5살 여아가 갑자기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A(5)양은 지난 20일부터 기침 등 감기 증세를 보여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A양은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6~7차례 구토를 하는 등 증상이 악화됐다. 다음날 같은 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장염 증세도 있다"며 새로운 약을 처방해줬다.

다음날 구토는 멈췄지만, 기침 등 감기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다리가 아파 주물러 달라"며 통증까지 호소했다.

증세가 점점 악화하자 A양의 부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날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레지던트) B의사가 초진했다.

A양의 부모는 B의사에게 딸의 증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B의사는 흉부 X-레이와 A양의 코에서 점액을 채취해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했다. 진단 결과 'B형 독감(Influenzavirus B)' 양성 반응이 나왔다.

B의사는 부모에게 "B형 독감은 전염성 질환이라 1인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입원비 등에 부담을 느낀 부모가 망설이자 B의사는 "독감도 통원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틀 치 약을 처방해줬다.

이후 A양은 나트륨과 칼륨 등 전해질이 포함된 500㎖ 수액(링거)을 3시간에 걸쳐 맞았다. 잠깐 잠이 들었던 A양이 갑자기 헛구역질했다. 수액을 다 맞았지만 A양의 얼굴과 입술, 손 등이 점점 창백해졌다.

A양을 다시 살펴본 B의사는 "물약은 잘 토하지 않으니 물약부터 먹이고 다른 약을 먹이라"며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내일 예약을 하고 가라"고 전했다. A양의 부모는 다음날 외래진료를 예약한 뒤 응급실을 나섰다.

A양의 부모는 친척에게 맡긴 큰딸을 데리러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A양은 축 쳐질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부모는 곧바로 차를 돌려 20여 분 만에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79%에 불과했고, 자발호흡이 전혀 없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의료진이 3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A양은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유족들은 혈액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칼륨 등 전해질 성분이 혼합된 수액을 과다 주사했고, 이후에도 A양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약 처방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A양의 아버지는 "혈액검사를 하지 않는 등 아이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해질 성분이 포함된 수액을 과다 주사해 심장과 심혈관계에 무리를 줬다"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탓에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며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했다.

유족 측은 또 병원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의무기록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양이 숨진 뒤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전해질 수치가 정상치보다 2~3배 높아졌지만, 헤모글로빈과 혈소판 수치는 절반가량 떨어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A양이 두 번째로 응급실을 갔을 때 심장 리듬검사를 받았는데 의무기록지에는 도착시각보다 검사를 더 빨리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이 의무기록지를 확인한 결과 처음 응급실을 찾은 A양에게 해당 의사는 나트륨과 칼륨 등 전해질이 혼합된 500㎖ 수액이 시간당 50㎖가 들어가도록 지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160~170㎖가량을 맞았다.

A양이 숨진 뒤 실시한 혈액검사에서는 '칼륨(K)' 수치가 '14.6mEq/L'로 정상 수치(3.5~5.5mEq/L)의 2~3배가량, 혈당수치(guglucose·포도당)는 '754mg/dL'로 정상 수치(70~110mg/dL)의 7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헤모글로빈 수치는 '7.6g/dL'로 정상수치(12~16g/dL)보다 절반가량 떨어져 있고, 혈소판 수치 역시 '60x10³/μ'로 정상수치(150~400x10³/μ)보다 2배 넘게 떨어진 것으로 표시돼 있다.

또 A양이 두 번째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30분으로 기록돼 있는데 심장 리듬검사는 이보다 5분가량 빠른 오후 4시25분에 시행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수액의 칼륨 농도가 의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만한 개연성이 없고, 내부적으로 아이의 몸 상태나 사인에 영향 미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해당 의사가 A양의 부모에게 '아이의 상태를 좀 더 관찰하고 집에 가야지 그냥 가면 안 된다'고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A양의 혈액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심정지 이후 시행된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유추하는 것은 임상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면서도 "칼륨 농도가 높아진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부검을 통해 명확한 사인이 나와야 하고, 부검결과에 따라 앞으로 병원 행보를 결정하겠다"며 "부검결과 의료진의 잘못이 없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A양의 추정 사인으로 ▲패혈성 쇼크(Septic shock) ▲B형 독감(Influenza B) ▲전격성 심근염(fulminant myocarditis) ▲부정맥(arrhythmia) ▲질식(asphyxia)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 ▲고칼륨혈증(hyperkalemia) ▲저칼슘혈증(hypocalcemia) 등을 나열했다.

한편 경찰은 유양을 처음 진료했던 B의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진료 기록 등을 확보해 기본검사와 치료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내사단계는 맞지만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숨진 A양의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확한 A양의 사망 인과관계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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