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건 수사 의뢰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업자와의 거래로 발생한 피해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불법 금융투자 혐의 사이트 및 게시글 1428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차단을 의뢰했다. 이 중 혐의가 구체적인 60건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한 불법 금융투자업자 유형에는 증권사 등을 사칭한 투자 중개 유형이 28건으로 46.7%를 차지했다. 주식정보 제공·자문을 빙자한 투자자문 유형이 14건(23.3%), 투자매매 유형이 11건(18.3%)으로 뒤를 이었다.
투자 상품별로는 주식이 36건으로 60%를 차지했으며 공모주·비상장주식이 12건(20%), 해외선물 등 파생상품이 8건(13%) 있었다.
대표적으로 유명 증권사를 사칭하며 고급 정보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를 현혹, 가짜 투자 프로그램(HTS·MTS) 설치를 유도해 자금을 편취하는 유형이 있다.
이들은 기관 계좌로 상장 예정 주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에 배정받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입금받고 가짜 투자앱에서 실제 주식이 입고돼 고수익이 실현된 것처럼 꾸미는 등 투자자를 기망했다.
출금을 요청하면 이들은 수수료나 세금 등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다 잠적하는 패턴을 보인다.
개인 투자자는 선물·옵션 투자시 기본예탁금 1000만원, 파생상품 교육 과정 및 모의거래 과정 이수 등 진입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용해 불법 적으로 계좌를 대여해준다며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투자자가 선물투자를 위해 투자금을 입금하면 이를 편취한 뒤 선물 가격이 폭락해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투자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손실 회복 또는 거래 재개를 위한 재입금을 요구하며 투자금을 추가로 편취했다.
최근 미국 대선 등 글로벌 상황 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심화로 인해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설 FX마진 거래로 유인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FX마진 거래란 이종 통화 간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일종의 환차익 거래로, 국내 소비자는 증권사 등 금융당국 인허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증거금을 납입해야만 FX마진 거래에 투자할 수 있다.
사설FX 마진은 실제 외환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투자자와 사설 투자업체 간에만 자금이 오고 가는 모방·위장 거래에 불과해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하다.
제도권 금융사 사칭 다음으로는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한 불법 유사투자자문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유튜브 등에서 투자 전문가로 위장한 후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투자자를 유인한 뒤 가입비를 요구하는 식이다.
국내외 유명 증권사 임직원을 사칭해 투자자를 유인한 뒤 국내외 상장 예정인 비상장주식의 매수를 권유하는 불법 투자매매도 대표적인 사기 유형이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사실 확인도 어려운 점을 이용해 과장된 허위 정보를 제공하면서 투자를 유도한다.
금감원은 불법 업자와의 거래로 발생한 손해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우선 금융투자상품 거래시 이용하려는 회사가 제도권 금융사인지,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금융사 임직원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거래 프로그램(HTS·MTS) 설치를 유도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선물거래를 위한 대여 계좌 이용은 불법일뿐 아니라 가상의 계좌와 가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FX마진 거래 역시 제도권 아닌 사설 업체를 통한 거래는 ‘도박’에 해당할 수 있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금융투자업자 관련 신고, 제보,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온라인 차단 의뢰 및 수사 의뢰를 신속히 실시하겠다”며 “실효성 있는 단속을 위해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